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는 수비 전쟁이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가 28일 3차전 SK의 난타전 끝 승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두팀 모두 타격이 활황세를 타면서 변수가 많아졌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를 가르는 법칙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서도 승부의 추를 움직이는 포인트는 수비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는 삼성이 실책 1개, 2차전서는 SK가 실책 1개를 범했다. 1~2차전은 실책에 의해 승부의 흐름이 변하진 않았다. 낮 경기로 치러진 3차전은 달랐다. 삼성이 삼성답지 않게 3개의 실책을 했고, SK는 1개의 실책을 했다. 4개의 실책은 모두 양팀의 득점에 직,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SK는 잘 던지던 데이브 부시가 3회 선두타자 진갑용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김상수의 희생번트를 처리하다 1루를 커버하던 2루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부시의 송구 실책이 기록됐다. 1사 2루가 순식간에 무사 2,3루로 돌변하면서 삼성은 6점을 뽑아냈다. SK는 이후 수비로 흐름을 내주진 않았다.
삼성은 큰 피해를 봤다. 1회 배영수의 견제 악송구는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4회와 6회가 문제였다. 4회 6-4로 앞선 가운데 2사 1루에서 정근우의 2루 도루 때 진갑용의 악송구로 정근우가 3루까지 갔고, 당황한 심창민이 폭투를 범하며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줬다.
하이라이트는 6회. 7-6으로 앞선 1사 1,3루에서 유격수 김상수가 최정의 타구를 잡았으나 스텝이 꼬여 2루로 뛰어오던 박재상보다 2루 베이스 태그가 늦었다. 당황한 김상수는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이게 덕아웃 안으로 들어가면서 2개의 베이스가 인정돼 승부가 뒤집혔다. 4회와 6회엔 차우찬, 심창민, 권혁, 안지만 등 삼성의 롱릴리프와 불펜이 고스란히 버티고 있었다. 매끄럽지 못한 수비로 투수가 흔들리면서 승기가 SK로 넘어갔다.
사실 앞선 상황에서도 작은 실수가 있었다. 무사 1,2루에서 박재상이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했다. 삼성은 1루수 이승엽과 3루수 박석민이 모두 번트 타구에 홈으로 대시하는 100% 수비를 했다. 박재상의 강공 돌변에 원래 위치로 재빨리 돌아간 건 괜찮았다. 그런데 박재상의 강한 타구가 안지만의 미트에 바운드가 된 뒤 재빨리 빨려들어갔고, 타구 속도가 너무 빨라 3루에 던지기엔 박석민의 3루 복귀가 늦었다.
100% 수비에서 3루를 커버해야 하는 유격수 김상수도 이미 박재상의 강공에 자세를 바꿔 2루 커버를 준비하는 상황.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안지만이 2루로 향하던 김상수 혹은 조동찬에게 공을 던졌다면 더블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안지만은 습관적으로 3루를 봤다. 3루엔 던질 수 없는 상황. 움찔한 안지만은 반 박자 늦게 2루에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 1개만 잡았고, 이후 1사 1,3루에서 실책으로 승부가 뒤집혔다. 류중일 감독도 경기 후 “슬러시는 봉쇄했는데 안지만의 대처가 조금 아쉬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작은 실수, 혹은 실책이 승부의 흐름을 크게 뒤바꿨다.
28일 3차전은 낮 경기였고 삼성 입장에선 오랜만의 천연잔디 구장 경기였다. 여러모로 낯선 환경이었다. 예상치 않게 하루를 더 쉬기도 했다. 물론 양팀에게 똑 같은 환경 변화였는데 정규시즌 고작 63실책의 SK와 67실책의 삼성도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포스트시즌에만 101경기에 출전한 박진만은 “큰 경기서는 대량득점이 잘 안 나온다. 오늘도 대량 득점이 나왔을 땐 우리와 삼성 모두 실책이 끼여있었다. 실책이 있으면 선수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서 100경기를 넘게 뛴 박진만조차 플레이오프서 호수비와 실책 사이에서 SK 벤치의 애간장을 태웠으니 그 보다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야수들, 혹은 투수들의 압박감은 두말할 게 없다.
3차전서 양팀 선수들이 범한 실책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두 팀은 리그에서 수비를 가장 잘 하는 팀이다. 결국 큰 경기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실책을 줄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가 증명됐다. 심리적, 체력적 압박감과 피로감이 닥칠 4차전 이후 양팀의 수비전쟁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포인트 중 하나다.
[공을 놓치는 김상수(위), 빠뜨린 공을 수습하러 가는 이승엽(아래). 사진 = 문학 곽경훈 kphoto@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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