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대부분의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한다. 최근에는 포스트시즌 진출팀 역시 고착화됐다. 그럼에도 팬들이 야구를 등돌릴 수 없는 이유를 마음껏 보여준 한국시리즈 3차전이다.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SK 와이번스가 장단 17안타를 때리며 12-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SK는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변수, 그리고 예측 불가능함과의 싸움이었다. 3차전 경기 전부터 변수들이 많았다. 당초 27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비로 인해 하루가 미뤄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비가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평소의 야간 경기가 아닌 오후 2시 경기로 펼쳐진다는 점도 경기력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3회초까지만 하더라도 흐름은 1, 2차전과 다르지 않았다. 최형우는 2차전 만루홈런에 이어 3차전에는 3점 홈런을 때리며 SK 마운드를 공략했다. 반면 SK는 데이브 부시에 이어 내세운 채병용마저 무너지며 3회에만 6실점했다. 1, 2차전에 5안타씩만 때린 SK 타선이 5점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 때부터 SK 타선에 잠재돼 있던 힘이 발휘됐다. 능력 혹은 그 이상의 힘이었다. 중간에 상대 실책까지 가미되며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박진만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홈런을 때렸으며 김강민은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쐐기 3점포로 연결했다. 포스트시즌 출전 47경기만의 마수걸이포였다. 박진만에게도, 김강민에게도 '생소한' 이 홈런포는 이날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강민의 홈런은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이라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올시즌 김강민은 안지만에게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볼넷도 하나 뿐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한 차례 맞붙어 범타였다. 김강민은 "2010년에 안지만에게 강했던 이후 2년동안 안타를 친 기억이 없다. (박)정권이 형을 거르고 나랑 선택할 줄 알았다. 내가 못쳤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공이 그렇게 멀리 갈 줄 몰랐다"고 웃었다.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 또한 흥미롭다. 박진만은 경기 종료 후 "2차전 때 이런 상황이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3차전)은 지면 거의 한국시리즈가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말이다. SK 선수단은 1-6으로 벌어진 뒤 모여 다시 한 번 분전을 다짐했고 이는 대역전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삼성은 변수에 울었다. 경기 전 내재돼 있던, 혹은 경기 중 발생한 변수는 삼성의 편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3연승을 눈 앞에 뒀지만 역전패했다. 시즌내내 안정적이었던 수비는 경기 흐름을 바꿔 놓았으며 이로 인해 철벽 불펜까지 무너졌다. 삼성이 올시즌 한 경기에서 12점 이상을 내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정규시즌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진 것이다.
야구는 평균에 수렴해가는 스포츠다. 하지만 그 과정 속 변수들은 각본없는 드라마를 쓰고 팬들을 열광케 한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올시즌 정규시즌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안지만을 상대로 때린 SK 김강민. 사진=문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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