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삼성이 드디어 샴페인을 터뜨렸다.
삼성이 1일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승리하며 대망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통합 2연패.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단언하건대,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가운데 가장 험난한 시즌이었다. 삼성은 4월을 7승 10패로 마쳤다. 15일 대구 넥센전 패배를 시작으로 17~19일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을 모두 내줬다. 5월 6일 대구 한화전서 패배하며 2009년 6월 23일 이후 1048일만에 7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시즌 첫 5할 승률을 5월의 마지막 날에 가서야 찍었다.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리는 경우가 없었다.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 에이스 차우찬. 홈런왕 최형우가 동반 부진했다. 바닥을 기었다. 불펜 투수들도 조금씩 흔들렸다. 류중일 감독은 인터넷 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구구장 취재를 마치고 나설 때, 삼성 팬들이 욕을 하면서 나가는 모습을 본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5월 말 부진하던 배영섭과 최형우를 2군으로 잠시 내렸다가 올린 뒤 팀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과 최고참 진갑용이 팀의 중심을 잡았다. 마무리 오승환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은 6월 중순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윤성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장원삼, 배영수,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을 중심으로 선발진의 위용이 빛이 났다. 안지만, 정현욱, 권혁, 권오준,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도 덩달아 살아났다. 그토록 터지지 않던 타선이 이승엽과 박석민을 중심으로 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우승후보 답다’는 말을 들었다.
삼성은 6월을 15승 9패 1무라는 성적 속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7월은 크레이지 모드였다. 무려 14승 3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이었다. 8월 초반 상승세가 꺾이면서 12승 10패를 거둔 삼성은 9월에도 14승 7패를 찍으며 결국 10월의 첫날 5경기를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정규시즌을 마무리 지은 뒤 삼성에 17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실전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대구구장에서 야간 청백전을 실시했다. 경산볼파크에선 한국시리즈 파트너들의 홈 구장이 천연잔디 구장인 걸 감안해 충분한 천연잔디 적응훈련이 이뤄졌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추스르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악재도 있었다. 4번타자 박석민이 옆구리 통증으로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다. 9월 초순 엔트리에서 빠진 권오준의 팔꿈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좋지 않았다. 그래도 류 감독은 티 하나 내지 않았다. 심창민을 대체자로 준비했다. 정규시즌서 진갑용의 백업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이지영에겐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포수의 특명을 내렸다.
1~2차전을 비교적 손쉽게 잡아냈다. 막강 타선과 최강 불펜의 힘이 어울렸다. 위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3~4차전서 예상치 못하게 완패했다. 그것도 삼성의 자랑이라던 불펜과 수비에서 구멍이 나면서 SK에 흐름을 내줬다. 류 감독은 이번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인천에서 중립지역인 잠실로 이동한 지난달 30일 선수들에게 전원 휴식을 지시했다. 야구가 풀리지 않을 때 붙잡고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대단한 모험이었지만 성공했다. 3차전서 무너진 안지만은 멋지게 부활했고, 오승환도 자신의 위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견고한 내야수비는 SK의 번트 작전을 수 차례 봉쇄하며 박빙 승부를 이겨냈다. 그리고 2012년의 첫날. 삼성은 끝내 화끈한 화력을 선보이진 못했으나 촘촘한 수비와 막강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마침내 2년 연속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를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의 인내와 믿음, 팀을 위해 하나로 마음을 모은 선수들의 힘과 기술이 더해진 결과였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었다. 2012년, 11월 1일. 삼성은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팀으로 또 한번 공인 받았다. 그들은 힘차게, 그리고 자신있게 우승 티셔츠를 꺼내입었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삼성 선수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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