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멘붕 왔었죠. 정신차려야죠.”
▲ “멘붕 왔어요. 정신차려야 돼요.”
사람 인생은 굴곡이 있는 법. 20대 중반의 소녀에게 이대로 해피 엔딩이라면 밋밋하다. 2011-2012시즌을 마친 김단비는 올 여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무릎 부상이었다. 갑상선에도 이상이 생겼다. 김단비 없는 대표팀은 일본에 참패하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그녀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곧이어 시작된 2012-2013시즌. 최근 1~2시즌동안 승승장구하던 모습은 아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에 따르면 최근 김단비는 허리가 썩 좋지 않다. 심한 건 아니다. 농구선수라면 흔히 갖고 있는 일종의 직업병 수준이다. 또 수비자 3초룰 폐지가 그녀에게 좋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김단비는 외곽슛보단 돌파에 능하다. 골밑 겹수비로 인해 돌파가 쉽지 않자 득점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28일 현재 평균 11.9점으로 지난 시즌 16점보다 낮아졌다.
김단비는 “멘탈붕괴가 왔었다. 요즘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또 용병제 도입으로 캐서린 크라예펠트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예전보다 과감한 돌파가 줄어들었고, 패스와 수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경기서 레이업 슛을 많이 못 넣었는데, 그 장면이 다음 경기에도 계속 생각나더라. 그러면서 공격에서 소극적으로 변했고, 수비에만 주력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용병이 들어오니까 내 역할을 찾지 못해서 멘붕이 왔었다”라고 고백했다.
요즘 임 감독은 그녀에게 예전처럼 공격을 과감하게 하라고 주문한다. 24일 선두 우리은행과의 경기서 오랜만에 예전의 활발한 모습이 나왔다. 15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우리은행의 9연승을 저지하고 1경기 차로 추격하는 데 앞장섰다. 김단비는 “요즘 잘 나가는 우리은행을 특별히 의식하는 건 아니다. 모든 팀을 다 꺾고 우승하는 게 목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활짝 핀 프로 인생 속 슬럼프라면 짧은 슬럼프가 찾아왔으나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 이 역시 성장통이다.
▲ “부모님 집 사드리고 싶어요” 마음도 얼굴처럼 예쁜 그녀
김단비는 1남 1녀 중 막내다. 부모님은 든든한 후원자다. “하나 있는 대학생 오빠가 내가 집에 들어와야 밥을 먹을 수 있다”라고 할 정도로 농구선수인 딸에게 지극정성이었던 부모님. 그녀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드렸다고 한다. 또 “집을 사드리고 싶다. 준비 중이다”라고 웃었다. 정작 그녀는 신한은행 통장 1개에 재태크를 도와주는 사람 1명 정도가 있을뿐. 현재 김단비의 연봉은 또래의 친구와는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은 1억원이 안 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김단비는 연봉 대박을 터뜨려 부모님께 잘해드리고 싶은 효녀다.
일상생활은 여느 소녀들과 다를 게 없다. 팀 동료이자 언니인 김연주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단다. 김연주는 올 시즌 많은 시간을 소화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농구 얘기도 하고 잡담도 많이 한다”는 김단비는 “쉬는 날엔 먹고 싶은 걸 많이 먹으러 다닌다. 연주 언니와 함께 트레이닝 복 바람으로 안산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라고 웃었다. 이미 안산에서 최고의 스타가 됐다고. 팬 관리를 위해 사진과 사인 요청도 묵묵히 잘 화답해준다고 자화자찬했다.
먹으러 다니는 게 아니면 잠이 보약이다. 사실 인터뷰 약속을 한 시간도 선수들이 낮잠을 잘 시간인데, 괜히 미안했다. “괜찮아요”라는 김단비는 “연주 언니는 잠을 깨우면 되게 예민하다. 한번 깨워볼까요?”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모습들에 사람들이 김단비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언니가 선물 받아오는 게 부러워요”라고 하지만, 사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다.
그녀는 남자답게 생긴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매일 바뀐다. 어릴 땐 동방신기 유노윤호였는데 이젠 지성이다”라고 웃었다. 누군지 몰라도 그녀의 이상형의 남자, 혹은 미래의 남편은 행복할 게 틀림 없다. 농구도 잘하고, 얼굴도 마음씨도 예쁘니 말이다. 때마침 “결혼은 일찍 하고 싶다. 20대에 드레스를 입어야 예쁘다고 한다”라고 웃었다.
김단비. 1시간가량 만난 그녀에게 그녀 농구인생의 모든 걸 들을 순 없었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를 이끌어가는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목표의식, 그리고 코트 밖에서의 20대 평범한 소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단비에게 농구는, 그 자체가 인생이다. 그녀의 좌충우돌 농구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단비.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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