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눈이 많이 와서 일찍 온 건데요 뭘.”
웃어버렸다. 5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일찍 나온 터라 우연치 않게 상무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전자랜드가 삼성을 잡고 프로-아마최강전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자랜드와 상무는 6일 7시 고양체육관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전자랜드는 이번 대회를 가장 프로답게, 진지하게 준비한 팀이다. 일부 팀이 1회전서 1.5군 라인업으로 나올 때 전자랜드는 전력을 다했다. 사실 올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 미디어데이에서부터 유 감독은 “프로-아마 최강전? 어쨌든 나가는 대회니까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한발 한발 우승에 다가서고 있다.
첫 경기서 베테랑 강혁이 부상을 입어 이번 대회에 더 이상 출전하지 못하는 전자랜드. 그러나 문태종은 경희대전만 빼고 계속 출전시키고 있다. 이날도 19분 53초간 10점을 올리며 컨디션을 조율한 그는 6일 결승전서는 풀타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유 감독은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라고 했다.
유 감독과 전자랜드 선수들은 자신들 경기 직전에 열린 상무와 동부의 준결승전을 경기장 한 쪽에서 지켜봤다. 유 감독의 눈은 매섭게 빛났다. 지략가로 유명한 그다. 무언가 감을 잡았을 수 있다. “상무가 빠르고 조직력이 좋다. 잘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분명 결승전에 대비한 비책이 마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 임하는 태도가 18팀 중 가장 진지한 것 같다는 질문에 “경기서 승리하는 게 프로다”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이어 “강혁은 붓기가 남아 있어 결승전 출전이 어렵다. 의학적으로 그렇다”라고 한 뒤 “이번 대회서 평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 그리고 나머지 국내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우리 팀은 문태종만 보고 나머지 선수들이 공격성향이 부족하다”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건 전자랜드의 약점이기도 하다. 유 감독이 결승전을 앞두고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곧이어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한권에게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3라운드에 대비해서 패턴과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유 감독은 이번 최강전서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3라운드 이후 승부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가 있었다. 이날 전자랜드는 그동안 공격성향이 많지 않았던 이한권이 21점, 이현호가 12점으로 활약했다. 유 감독의 바람대로 된 것. 유 감독은 “이한권이 문태종과 차바위에게 밀려 출전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찾지 않았나 싶다. 우리 가드들이 남 살려주는 플레이도 좋지만, 좀 더 공격적이었으면 한다. 가드들이 한 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전자랜드의 최강전 우승 열망이 대단하다. “경희대에 졌으면 운동량이 늘어났을 것”이란 유 감독의 엄포를 떠나서 선수단 전체가 이번 대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그 여세를 몰아 3라운드서 선두 모비스와 SK의 양강체제를 무너뜨리는 게 목표다. 그들의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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