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강전 9월 개최가 설득력이 있나.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이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대회는 “농구대잔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자”는 KBL과 대학농구연맹의 취지만 살린 대회였다.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농구인과 팬, 기자들의 반응이 그랬다.
근본적으로 프로농구와 대학농구의 실력 격차가 과거보다 더 벌어지면서 대회 자체의 긴장감이 뚝 떨어졌다. 상무의 연전연승만 없었다면 중립지역에서 하는 프로농구와 다름 없었다. 결국 한국농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거론할 수밖에 없는데 이건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KBL과 대학농구연맹이 당장 이 대회를 더욱 권위 있는 대회로 발전시키려면 일단 대회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프로 관계자들은 9월 개최를 말한다
SK와 KGC 인삼공사가 1회전서 무성의한 경기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모든 프로팀은 최선을 다했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는 건 지극히 당연했지만 속내는 울며 겨자 먹기였다. 프로팀도 할 말은 있었다.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54경기 장기레이스. 전세계 프로농구리그 중 NBA에 이어 가장 긴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컵대회를 안 하더라도 54경기는 무리다. 라운드 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라운드 수 축소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정규시즌 중 이 대회를 여는 건 프로팀에 부담이 되는 건 확실하다. 이 대회를 잘 치른다고 해서 선수의 연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이 대회서 부상을 입은 선수가 많은 팀이 정규시즌 일정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다수 프로팀 감독은 “정말 취지가 좋다. 농구인기 부활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라면서도 “프로농구 시즌 전에 개최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정규시즌은 10월 초에 개막한다. 최강전을 정규시즌에 들어가기 직전인 9월에 개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도 덜하고 프로농구 시즌 중 농구 붐을 조성할 수도 있으며, 프로 팀이 서로 시즌 전 손발을 맞춰보고 전략을 점검하면서 상대의 전력까지 탐색할 수도 있다는 주장.
이번 대회 MVP에 선정된 상무 윤호영도 “동부에 돌아간다면 이 대회는 정규시즌 전에 개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끼리 호흡도 맞출 수 있고 장, 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프로 대부분 구단이 9월에 해외전지훈련을 떠나지만 유재학 감독은 “전지훈련 일정을 앞당기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이럴 경우 대학리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학리그는 3월에 개막해 프로농구 시즌 전인 10월 초에 마친다. 하지만, 대학농구연맹 박건연 전무이사는 ”아직 내년 대학리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KBL과 충분히 상의한다면 리그 일정 조정도 가능하다”라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결국 대학리그만 좀 더 일찍 마친다면 신인드래프트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들도 4학년까지 대동해 최상의 전력으로 최강전을 치를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일부 대학 졸업반 선수들은 프로팀에 잘 보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뛰지 않겠냐”는 말도 있다.
▲ 심사 숙고할 문제다
과연 내년 프로-아마 최강전은 언제 개최되는 것일까. 시기 조정에 대한 여론은 충분히 마련됐다. 실질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여기엔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회가 9월에 개최될 경우 프로 팀이 그만큼 시즌을 빨리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또 대학리그 일정 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학팀들은 방학 기간에 항상 MBC배 대학농구대회와 종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왔다. 대학리그 정규시즌 일정도 결코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중계방송 여부도 중요한 문제다. 9월에 대회를 개최할 경우 케이블 TV의 중계 가능성을 체크해야 한다. 9월은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시점이다. 내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9월 중순까지 열린다. 이후 우천 잔여경기가 시작되면 매일 4경기가 치러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채널이든 최강전을 중계방송할 여력은 있을 것이다. KBL이 방송사와 잘 조율해야 한다. 중계방송이 되지 않는다면 대회 인지도와 붐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 농구관계자는 “대학팀들이 좀 더 실력을 갈고 닦는 게 필요하다. 프로농구 정규시즌 전에 대회를 치르더라도 지금 대학팀들의 수준이라면 프로팀에 이기기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답답한 현실이다.
또 9월에 대회를 치르면서 4학년들이 잔류할 경우 대학입학예정자들은 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번 대회만 해도 교육청이 고등학교 3학년들의 학사일정을 근거로 대회 참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막판 농구계의 의견 조율로 정상 참가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농구계는 이 대회를 권위 있는 대회로 키워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었으니 내년 대회부턴 달라져야 한다. 농구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상무의 농구 최강전 우승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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