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포스팅 이전부터 시작된 머리싸움은 결국 보라스 사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2573만 7737달러 33센트)과 그 금액을 써낸 구단이 LA 다저스인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시작된 다저스와 스캇 보라스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이번에도 보라스가 판정승을 거뒀다. CBS스포츠 존 헤이먼의 트위터에 따르면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각) 류현진과 총액 3600만 달러에 6년 계약(마지막 시즌은 플레이어 옵션)을 맺었다.
보라스가 원했던 대로 3년 이하의 단기계약은 아니지만, 아직 젊은 나이인 류현진은 활약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또 한 번의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 금액 역시 연간 평균 600만 달러 수준으로 만족스럽다.
다저스로서는 류현진을 데려오기 위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 포스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6년 6200만 달러다. 거의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빠른 볼과 제구력을 보유한 좌완 류현진의 기량과 마케팅적 가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류현진을 원했던 다저스는 보라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보라스의 강경한 태도가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보라스가 원한 것은 단기계약, 반면 다저스가 원한 것은 장기계약이었다. 꽤나 큰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만큼 다저스는 류현진을 오래 묶어두려 했다. 하지만 보라스 입장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고, 둘은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급기야 보라스는 류현진이 일본에 갈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다저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미국 진출 의지가 커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보라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구단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보라스와의 관계다. 보라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 에이전트'다. 구단 입장에서는 악마라고도 하지만 자신의 고객에게는 최고의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낸다. 선수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팀을 상대로 최대한의 금액을 받아내고야 마는 보라스의 능력에 스타 선수들도 보라스와 함께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라스가 관리하고 있는 선수만 가지고도 팀을 꾸릴 수 있을 만큼 보라스가 거느린 선수들은 엄청나다. 지난겨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옮기며 FA 대박을 터뜨린 프린스 필더도 보라스의 고객이고, 추신수도 마찬가지다. 박찬호도 텍사스 레인저스와 장기계약을 맺을 때는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었다.
따라서 보라스의 요구가 부담스럽더라도 무시로 일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매년 보라스의 선수들이 FA 시장의 최대어로 등장하고 있고, 이제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접근하며 빅리그에 오르지도 못한 선수들에게 돈맛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보라스다. 보라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는 알게 모르게 추후 다른 선수와의 계약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이유는 다저스가 류현진을 원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LA 지역 한인들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고 자신을 원했던 팀을 위해 공을 뿌리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을 선택한 다저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뿐이다.
[류현진(왼쪽)-스캇 보라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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