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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SK도 까다로운데 전자랜드가 더 까다롭죠.”
SK 문경은 감독은 11일 KCC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모비스전에 비중을 두겠다. 모비스를 넘어야 한다”라고 했다. 다분히 선두 경쟁 중인 모비스를 의식한 발언이다. 14일 현재 SK와 모비스는 1경기 차로 선두와 2위를 달리고 있다. 13일 모비스가 KGC 인삼공사에 덜미를 잡히며 1경기 차로 차이가 벌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비스가 딱히 SK보다 약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KGC가 워낙 준비를 잘 했고, 8연승을 내달린 모비스가 살짝 방심한 경기라고 봐야 한다.
▲ SK, 헤인즈의 역할이 크다
유 감독은 SK를 두고 “헤인즈가 해결을 해주는 게 크다”라고 했다. 에런 헤인즈는 SK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김선형이나 최부경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사실 헤인즈의 몫이 큰 팀이 SK다. 코트에 5명이 선다. SK는 5명이 팀 공수의 5분의 1 몫을 해내며 아주 꽉 짜인 조직력이 돋보이는 건 아니다. 잘 안 풀리고 막혔을 때 헤인즈가 해결해주는 게 크다. 헤인즈의 개인기량은 KBL 용병 중에서도 정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
반대로 모비스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판타스틱4라는 말이 생긴 건 그만큼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13일 KGC전서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5점을 몰아쳤다. 그는 올 시즌 최다 득점을 했다. 유 감독의 전략이었다. 오세근이 없는 KGC는 지금 센터 수비가 약하다. 라틀리프에게 집요하게 공을 넣어 미스매치를 활용한 전략의 결과이지 모비스가 특정 선수의 의존도가 높은 건 아니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수비자 3초룰에 적응하고 문태영이 간결한 움직임으로 점수를 만들어내면서 조직적인 팀으로 변했다.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치지 않고 양동근이 공격을 리드한다.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졌다”라는 게 유 감독의 설명이다. 그만큼 조직적인 플레이가 잘 된다는 자신감이었다.
모비스는 9연승이 끊겼지만, 여전히 조직력이 탄탄하다. 이는 그만큼 기복 없는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SK의 경우 헤인즈가 봉쇄되면 돌파구를 찾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안정감 측면에서 여전히 모비스가 SK보다 좋다는 게 농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SK는 강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전자랜드가 더 까다롭다며 은근히 SK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유재학은 문태종이 까다롭다
전자랜드. 현재 3위다. SK와 모비스에 이어 1경기 차로 늘어섰다. 유 감독은 SK보다 전자랜드를 더 의식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묘한 팀이다. SK, 모비스와 공통점이 있지만 다르다. SK처럼 예상치 못한 상위권 도약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또 모비스처럼 조직적인 플레이에 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전자랜드는 기본적으로 문태종과 리카르도 포웰의 비중이 높다. 승부처에선 이들에게 볼이 집중 투입된다.
여기에 강혁, 정병국 등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있어 매끄러운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기복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이유다. 모비스는 SK처럼 문태종과 포웰만 잘 막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유 감독은 “태종이 수비가 걸린다”라고 했다. 문태종은 확실히 막기가 어렵다. 국내 슈터들보다 반 박자에서 한 박자 이상 슈팅 타이밍이 빠르다. 더 무서운 건 문태종과 포웰 모두 좀처럼 욕심을 부리는 타입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고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알기 때문에 상대 팀으로선 더 까다롭다.
모비스의 경우 가드진의 신장이 낮다. 사실 이게 약점이다. 문태종을 커버할 수비수가 안 보이는 실정이다. 유 감독도 전자랜드의 플레이를 충분히 전략과 전술로 막아설 수 있다는 계산이 되지만, 승부처에서 무섭게 터지는 문태종의 외곽포는 그의 컨디션이 좋다면 막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전자랜드를 이기기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SK는 20일 모비스와의 맞대결을 벼르고 있지만, 모비스는 SK를 신경쓰면서도 전자랜드를 더 의식하는 분위기다.
▲ 양강? 재편 가능성은
모비스가 13일 KGC에 덜미를 잡히면서 SK-모비스-전자랜드가 1경기 차로 1~3위다. 표면적으로 보면 SK와 모비스의 양강 체제라고 볼 순 없다. 프로농구에선 정규시즌 2위와 3위가 천지 차이다. 6강 플레이오프를 생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 때문. 결국 세 팀이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또 세 팀의 행보에 따라 선두권 구도는 독주가 될 수도 있고, 양강, 혹은 3강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SK는 확실히 변했다. 유 감독은 “과거의 이미지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지만, 이젠 자신감이 붙었다. 선두권에서 떨어질 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유 감독의 모비스는 SK를 신경쓰면서도 전자랜드도 밀어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다만. 유 감독은 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조직력이 SK보다 약간 낫다고 보기 때문에 전자랜드가 더 신경 쓰인다고 한 것이다.
어쨌든 현 시점에선 세 팀의 상위권 동거는 불안하다. 이제 3라운드다. 13일 모비스가 KGC에 패배할 것이라 보는 사람은 적었다. 그만큼 모비스도 세부적인 약점이 있고 선두 싸움엔 변수가 많다. 세 팀의 불꽃튀는 접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재학 감독(위), 문태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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