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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올해 12월이 중요하다. 버릴 것은 버리고 갈아 끼울 것은 끼우고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 1등을 못하면 MBC가 설 땅은 없다"
MBC 창사 51주년 기념식에서 김재철 사장이 자사의 쇄신을 요구하면서 한 발언이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 전후해 MBC는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을 예고했다.
MBC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예능프로그램 '공감토크쇼 놀러와'까지 2개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첫 방송된 '엄마가 뭐길래'는 당초 2013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MBC는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시키기로 했다. '엄마가 뭐길래'는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 이동으로 덩달아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극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이번 폐지 결정에 반대 여론이 일었다. 마지막 방송은 18일 예정이다.
'공감토크쇼 놀러와'는 지난 2004년 첫 방송을 시작한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최근 동시간대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청률 면에서 고전했다. MBC 노조 파업 기간 동안 경쟁력이 떨어진 게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MBC는 '공감토크쇼 놀러와'에 폐지를 통보했다. 이 결정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마지막 방송은 24일이 될 전망이다.
이런 MBC의 행보는 이례적인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개편 시기가 도래해서야 나올 프로그램 개편과 폐지를 갑작스레 시도한 것이다. 여기에 편성 변경이 예고된 ‘섹션 TV’를 비롯해 폐지설이 돌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포함하면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가차 없는 칼질을 당한 셈이다.
물론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비춰 본다면 이 같은 과감한(?) 행보는 자칫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을 폐지 한다는 것은 시청률을 떠나서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이다. 공영방송인 MBC는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게 당연하다.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수신료의 가치를 보답한다는 대전제가 선행되야 하지만 현재 MBC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특히 8년간 MBC의 대표 토크 프로그램인 ‘놀러와’의 경우 시청률을 떠나서 고정 시청층이 분명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놀러와’ 폐지를 위해서는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MBC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김재철 사장 임기 시절의 일만은 아니다. 지금도 ‘저주 받은 걸작 예능’으로 불리는 ‘쇼바이벌’ 또한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지난 2007년 방송 6개월 만에 폐지됐다. 당시는 개편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폐지였지만, 시청자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쇼바이벌' 폐지 이후 MBC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던 '공부의 제왕'을 정규 편성했지만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단 14회 만에 폐지된 바 있다.
방송의 가치는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물론, 시청률이 높아야 방송사 입장에서는 수익의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인 MBC가 최근 보여준 행보, 즉 시청률 지상주의는 그들이 무시하던 케이블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자사 프로그램의 제작 여건, 즉 시청률의 확인 및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을 위해서 시즌제를 시행하고 있다. 10여 편으로 편성되는 시즌제 프로그램의 경우 성패에 따른 변경을 비롯해 폐지시에도 시청자 저항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MBC가 자사 프로그램을 줄 폐지하고 파일럿 이라는 단기적 대책만으로 대대적인 편성 변경을 계획한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그들 또한 속 사정이 있을 것이다. 김 사장의 발언처럼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과 폐지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1등에 오를 수 있다면 ‘신의 한 수’로 회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파일럿이 아닌 좀더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대안을 내놓은 뒤가 아니라는게 아쉽다.
[12월 중 폐지가 결정된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와 '엄마가 뭐길래'. 사진 = MBC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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