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두가 위기라는 WBC, 그 뒤엔 기회가 있다.
WBC 대표팀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있다. KBO 기술위원회가 이미 4명의 선수를 부상, 새로운 팀 적응을 이유로 바꿨지만,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5일엔 김진우(KIA)도 팔꿈치 부상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1~2회 대회 4강, 준우승으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 이번 대표팀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과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위기 뒤 찬스라는 말이 있다. 마운드가 역대 최약체 수준이지만,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야구의 저력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정도로 형편없지 않다.
▲ 위기의식과 어려움 속에서 싹튼 찬란한 성과
과거 한국야구는 국제무대서 위기의식이 팽배했을 때 좋은 성과를 내곤 했다. 2006년 1회 대회 당시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발언’으로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그만큼 일본 전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위기의식을 가졌다. 2009년 2회 대회 때도 1라운드 일본과의 승자 결승전서 대패하며 위기감을 가진 게 전화위복이 돼 2라운드까지도 승승장구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첫 경기 미국전서 극적인 재역전승을 한 게 전승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1회 대회서 그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인줄로만 알았던 이진영이 연이은 호수비로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고, 2회 대회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정현욱의 연이은 호투가 준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고 하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선수가 뽑혔다. 위기라는 말이 오히려 팀 결속을 강하게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야구가 과거에도 항상 찬란한 성과를 거뒀던 건 아니었다. 방심과 준비부족이었던 대회에선 항상 참패를 맛봤다. 가깝게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서 삼성과 롯데가 예선탈락 고배를 마셨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불분명한 선수선발 원칙과 선수들의 방심이 대만-일본전 연패로 귀결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했던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도 비슷했다.
▲ 너의 불참은 나의 기회
3회 대회에 불참하는 선수 대신 4명이 새롭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원준(경찰청), 서재응(KIA), 이용찬(두산), 차우찬(삼성)이 그들이다. 차우찬은 올 시즌 성적만으론 대표팀에 승선될 명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그를 곁에 두고 준비시킬 경우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서재응과 이용찬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장원준 역시 지난해 롯데 에이스였고, 올해 경찰청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이 빠진 건 아쉽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한국야구는 과거부터 국제대회서 의외의 선수가 활약해 선전의 동력을 찾았다. 세 사람 대신 새롭게 합류한 선수가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때 맹활약했던 김광현이 2009년 1라운드 승자결승전서 일본타선에 난타당한 것만 봐도 그만큼 노출이 된 선수는 분석을 당할 확률도 높다는 걸 입증한다. 야구는 때로는 생소함이 무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중 성인대표팀 첫 출전선수는 10명. 이들에겐 분명히 기회다.
대표팀에서만 새롭게 기회를 잡은 선수가 있는 건 아니다. 대표팀 선수가 빠져나간 내년 9개구단 스프링캠프에서도 새롭게 기회를 잡는 선수가 분명히 나온다. 코칭스태프는 대표팀 선수가 없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눈 여겨 보기 마련이다. 그 동안 간판선수의 아우라에 가렸던 자들이 스프링캠프 우등생이 될 기회가 마련됐다. 그들이 정규시즌서 모두 활약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팀에 좋은 인상을 남길 기회인 건 분명하다.
야구는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전 선수가 똘똘 뭉치면 응집력이 생긴다. 그 응집력이 전력 이상의 힘이 돼 새로운 찬스를 만들곤 한다. 대표선수가 빠져나간 채 시즌 준비를 하는 팀도 마찬가지다. 지금 조성된 위기와 절박함이 훗날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높일 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걱정과 한숨 대신 철저한 전략마련에 집중할 때다.
[새롭게 대표팀에 가세한 서재응과 이용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