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플레이오프 그 이상이 보인다.
춘천 우리은행의 파죽지세. 단순히 2007년 겨울리그 이후 6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6일 2위 안산 신한은행을 잡아내면서 20승 5패로 5라운드를 마치면서 컵대회 휴식기를 맞이했다. 신한은행과의 게임 차는 3. 이제 두 팀의 잔여경기는 10경기. 6~7라운드서 3경기가 뒤집히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우리은행의 전력이 탄탄하다.
우리은행은 이미 시즌 전 목표를 달성했다. 그녀들의 시선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4시즌 연속 꼴찌 멍에를 벗어나는 데 만족하지 않고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조심스럽게 노리기 시작했다.
좀 이른 계산이지만,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8이다. 20승 5패에서 8승을 더하면 28승인데, 17승 8패의 신한은행이 전승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컵대회 브레이크 이후 6~7라운드서 4승 1패 페이스만 반복하면 우승이다. 이는 올 시즌 우리은행의 승률 8할과 일치한다. 더구나 24일 6라운드 맞대결서 승리할 경우 상대전적 4승 2패로 우세가 확정돼 한꺼번에 매직넘버 3개를 줄이게 된다. 그럴 경우 정규시즌 우승 7~8부능선을 넘게 된다.
▲ 신한은행 공포증 극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라운드서 3승 2패를 기록했다.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신한은행에 18점차로 대패했다. 그러나 2라운드 초반 3경기를 모두 챙기더니 11월 10일 신한은행과의 2라운드 맞대결서 22점차 대승을 거두며 5연승을 내달려 선두를 공고히 했다. 2주일 뒤에 치러진 3라운드 맞대결서 다시 패배한 우리은행은 그러나 12월 17일 4라운드 맞대결서 신한은행의 안방에 들어가 승리를 따내며 서서히 선두독주 체제를 굳혀갔다.
4~5라운드 맞대결서 승리한 결정적 요인은 역시 외국인선수 매치업의 승리였다. 4라운드서 우리은행 티나 톰슨은 28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5일 5라운드 맞대결서도 3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한은행 수비진을 초토화시켰다. 반면 캐서린 크라예펠트는 각각 10점과 12점에 그쳤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2경기 이후 “외국인선수 싸움에서 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티나가 우리은행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팀은 해결사가 없었는데 티나가 완벽하게 해주고 있다”라고 만족스러워 한다.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WNBA에서 정상급 실력을 선보였던 베테랑답게 우리은행 어린 선수들을 리드한다. 또 국내 선수들은 임영희를 중심으로 박혜진, 이승아가 공수에서 지치지 않는 활동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양지희와 배혜윤은 골밑 싸움에 가세한다.
확실히 캐서린의 외곽슛은 기복이 있다. 티나가 캐서린과 매치업이 될 때 압도를 한다. 캐서린이 뛸 때 강영숙과 하은주가 동시에 뛰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높이의 빈틈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4~5라운드서 우리은행은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운영한 끝에 승리를 가져갔다. 더 이상 신한은행이라고 해서 주눅이 들지 않는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최하위와 최강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으나 이젠 팽팽하다. 신한은행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 골인할까
우리은행은 2005년 겨울리그, 2005년 여름리그, 2006년 겨울리그까지 차례로 정규시즌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2006년 겨울리그 당시 WKBL 역대 최고 슈퍼용병 타미카 캐칭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서 신한은행을 3승 1패로 꺾고 우승했었다. 2005년 여름리그서 정규시즌 우승을 해놓고도 챔피언결정전서 신한은행에 패퇴한 아픔을 깨끗하게 씻었다. 당시 캐칭은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통합 MVP에 선정돼 최고의 별로 기억됐다.
7년 뒤 우리은행엔 티나가 있다. 그리고 7년 전 중심축이었던 김영옥의 역할을 포지션은 다르지만 국내 선수 최고참 임영희가 해내고 있다. 올 시즌이 7년 전 영광을 재현할 기회인 건 분명하다. 지난 4시즌간 최하위를 도맡으며 퍼졌던 패배의식은 온데간데 없고 “한번 해보자”라는 의욕이 스며들었다. 전력상으로도 우리은행보다 확고하게 앞선 팀은 없다. 포스트시즌서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대항마로 꼽히지만, 그들 역시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위성우 감독은 아직 우승의 ‘우’도 입밖에 꺼내지 않고 있다. 조심스럽게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이젠 기회가 왔다. 정규시즌서 우승할 경우 예년과는 달리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의미가 남다르다. 기회가 올 때 잡아야 진정한 강호다. 우리은행은 그 기회를 남들보다 먼저 움켜쥘 자격이 주어졌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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