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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장미란은 고민했다.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거둬들이지 못할 정도로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결국 바벨을 놓았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 여자 최중량급에서 4위를 차지했다. 경쟁자가 많이 나오면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은 됐지만, 막상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국내 역도계가 받은 충격은 꽤 컸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과 11월 전국체전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은퇴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루에도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실제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재기를 다짐했지만, 더 이상 자신 없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바벨을 놓게 됐다고 했다.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았다.
장미란은 10일 고양시청 내 체육관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심경의 변화를 설명했다. “올림픽이후 은퇴를 해야 하는 분위기로 가더라. 오기가 생겼다. 열심히 해서 멋있는 모습으로 은퇴 다짐하기도 했다. 새롭게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안정적으로 운동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따라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몸과 마음이 같이 선수를 원해야 한다. 많은 면이 달렸다. 중간에 다시 하려고도 했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라 어느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순간 두려워했던 걸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결정을 내렸다. 아무런 아쉬움 없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섭섭하다”라고 했다.
부모님과도 상의를 했다. 그녀가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했던 건 부모님의 존재가 컸다. “주변 분들이 아빠를 위로해 드리라는 주문을 하셨다. 부모님이 선수 생활을 하는 걸 도움을 주셨다.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셨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장미란은 이제 바벨을 놓고 용인대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재단 활동을 하면서 재능 기부에 집중한다. IOC 선수위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미란은 “새로운 기록을 내면서 도전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 금메달,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기록들은 내 인생에 있어서 자랑스럽게 남을 기록이다. 내 자신에게 자랑스럽고 고맙다”라고 했다.
10년간 정이 들었던 태릉선수촌 식수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그동안 다른 종목 선후배들과 많은 인연을 쌓았다. 자산이 될 것이다. 여자 선수들과는 사우나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잘생긴 남자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할 땐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마음에 담아둔 말을 했다. “어떤 종목이든 훈련이 안 될 때 힘들 것이다. 그런 시간들은 본인이 잘 알기 때문에 조언할 수 없다. 나도 부상이 있고 경기 앞두고 대회에 나가는 고민을 했다. 그래도 역도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본인의 의지를 잡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갔다. 후배들도 항상 열심히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원하는 꿈을 이뤘으면 한다”라고 했다.
스포츠 선수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에겐 “혼자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난 끝까지 역도하지 않았다면 이런 날도 없다. 내게 주어진 일들과 시간을 소홀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이런 시간 찾아오는 것 같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장미란은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바벨을 놓으니 더 많은 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주위에 감사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고 후배들이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었다. 은퇴를 한 장미란이 앞으로도 한국 스포츠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장미란.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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