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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존재했지만 '직업'적인 면에서만 접근을 했을 뿐 카메라를 벗어난 일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 된 적이 없다. 카메라를 벗어난 방송 관련 직업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이데일리에서는 '하루' 시리즈로 집중 취재해 봤다.
첫번째 주자로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에서 서윤주 역을 맡아 '청담동 며느리룩'을 전도하고 있는 배우 소이현을 만나 하루를 함께 했다. 향후 '하루' 시리즈는 배우에 국한하지 않고 방송가의 다양한 직업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 신승우). 시청률 수치를 떠나 항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88만원 세대의 비애부터 소위 '청담동 사람들'의 화려함과 이면의 인간미 등을 그려내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심오하게 다가올 수 있었지만 배우들의 열띤 연기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은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소이현. 극 초반만 해도 악역의 표본을 보여준 그녀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동정심을 얻고 있다. 특히 솔직하면서도 공감가는 서윤주의 내면과 도도하고 아름다운 외면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소이현은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늘씬한 미모로 주목받은 소이현도 어느덧 연기 10년차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내공이 '청담동 앨리스' 곳곳에서 묻어난다. 더 이상 예쁘기만 한 배우로 칭하기에는 농익은 연기가 눈에 띈다. '청담동 앨리스' 속 소이현에 대한 시청자의 칭찬에 그녀의 매력을 느껴보고자 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SBS 탄현 제작센터를 찾았다.
▲PM 3:30
이날은 스튜디오 촬영이 있는 날. 본래 오후 1시께 시작하려 했던 촬영은 SBS 월화드라마 '야왕'의 촬영이 늦어져 지연됐다. 촬영 예정 시간인 오후 3시 40분, 소이현이 자신의 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소이현은 '청담동 며느리'로 대변되는 극중 서윤주 모습 그대로였다. 최근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른 소이현은 플래시 세례와 기자의 질문에 당황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평소에도 청담동 스타일로 입나요?"라는 질문에 소이현은 "평소에는 그렇지 않아요. 청바지와 면티, 운동화를 즐겨입죠. 오늘도 패딩만 하나 입고 왔어요. 패딩 입은 모습을 먼저 보여드릴 것 그랬네요"라고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청담동 앨리스' 촬영 88일째. 소이현과 배우들은 13~14회 촬영에 한창이었다. '청담동 앨리스' 촬영 현장에 기자가 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란다. "한번 촬영에 들어가면 연달아 2~3신 찍어요"라며 기자들을 배려한 소이현은 잠시 대기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호흡을 고르고 촬영장인 A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스튜디오 안의 공기는 탁했지만 열정은 가득했다. 신승우 감독과 고경란 제작 PD를 비롯, 수많은 스태프들은 세트를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고 바삐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 소이현은 촬영이 시작되자 이내 감정을 잡았다. 여느 배우가 마찬가지지만 눈빛 하나, 고개 하나, 시선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단번에 집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이란 감독의 외침에 북적대던 스태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적막 속에 소이현과 상대 배우 김지석의 대사가 이어졌다. 하나의 장면이었지만 안방에 전달되는 화면 구성을 위해 여러 번 같은 신이 반복됐다. 배우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같은 대사, 같은 표정으로 몰입했다. NG는 없었다.
첫 촬영을 마치고 다음 장면을 위해 대기실로 향하는 그녀에게 "NG를 안 내시네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저는 원래 NG 안 내요"라며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그녀의 현장 매니저는 "원래 대본을 금방 외우세요. 집, 차 안에서 보고 다 외워서 촬영장에 나오세요"고 귀띔했다.
▲PM 5:30
첫 촬영을 집중해 찍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소이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배우 한진희가 자신의 촬영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소이현과 김지석은 한진희에게 가 담소를 나눴다. '청담동 앨리스'는 물론 MBC 드라마 '보고싶다'를 통해 카리스마를 발산한 한진희였지만 소이현의 모습에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소이현과 한진희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은 벌써 네 작품을 같이 했다.
"한진희 선배님과는 벌써 네 작품 째 같이 하는 거예요. 보통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빠 2번, 시아버지 2번이었죠. 실제 저희 아버지와 닮았어요."
대기실에 나와 촬영을 기다리며 스타일북을 보던 소이현은 '청담동 앨리스'의 꽃으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었다. 극중 소품은 실제 1억 9천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직접 고르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소이현은 "그럼요"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일리스트 자랑이 이어졌다. "스타일리스트와 10년째 같이 일했어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죠."
'청담동 앨리스'는 16부작으로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윤주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미워보이지 않으려 했어요. 악역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잖아요. 보면 꼴보기 싫지만 얄밉게 예쁜 사람,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실제 서윤주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분들이 더 좋아해 주신다고 들었어요. 윤주처럼 되고 싶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아쉬움도 있을 터. "멜로 라인 보여주려 했는데 사랑이 곧 끝났어요. 멜로 없는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또 조금 더 악할 수 있었는데 이젠 불쌍하게 보시더라고요."
대답을 이어가던 그녀는 문득 "청담동 앨리스 반응이 어때요?"라고 물었다. 이어 "촬영할 때는 체감이 안 돼요. 제가 SNS를 안 해서 작품이 끝나고 나서야 시청자 반응을 꼼꼼히 보는 스타일이예요."
▲PM 6:00
짧은 휴식 뒤 두 번째 신이 시작됐다. 장소는 윤주의 남편이자 지앤의류 대표 신민혁(김승수)의 사무실. 두 사람은 극중 부부답게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감독의 까탈스런 요구도 무리없이 소화했다.
배우들의 긴 대기 시간은 정평이 나 있다. 의상을 갈아입은 소이현에게 "게임은 안 하세요?"라고 물었다. "아니 해요"라고 답한 그녀는 "고득점인가요?"라는 질문에 긍정의 웃음을 보였다.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중 소이현은 "인터뷰를 2~3년 동안 안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벌써 연기한지 10년 됐어요. 올해로 딱 10년 채웠네요." 자신의 연기 경력을 이야기한 소이현에게 기자는 84년생인 그녀에게 "우리 동갑이에요"라고 말했다. 놀란 표정을 지은 그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제가 이제 나이를 먹었나봐요. 기자님들은 보통 저보다 나이가 엄청 많았었는데..."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소이현은 촬영 중간 제작센터 내 카페에서 베이글을 먹었다. "전 밥 안 먹으면 촬영 못해요." 털털한 성격이라서 였을까 평범한 대화에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평소에는 차 안에서 먹거나 대기실에서 밥을 먹죠. 촬영할 때는 항상 대기해야 해서 어쩔 수 없어요." 배우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PM 7:00
세 번째 신이자 마지막 촬영이 시작됐다. 김승수와 신인화 역 배우 김유리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장시간 진행된 촬영이었지만 배우들은 피곤한 기색 하나 내지 않았다. 이날 촬영은 윤주가 민혁에게 "당신 나 사랑해요?"라고 묻는 장면. 그 때 신인화가 갑자기 나타난다.
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이 매니저가 다가온다. 그에게 소이현의 다음날 스케줄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래도 촬영이 없는 편이에요. 내일은 아침 7시 반부터 첫 촬영이 있어요. 부산, 곤지암, 탄현, 강남까지 가야죠. 샵에는 새벽 5~6시쯤 갈거예요." 배우들은 참 부지런하다.
저녁을 먹기 전 마지막 신. 스태프들은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북돋았다. 소이현도 몰입했다. 웃음기 가득한 표정이다가도 액션 소리에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오후 8시 10분, 촬영이 종료됐다. 누군가 "밥 먹자"고 외쳤다. 힘들지만 보람찬 표정이었다. 소이현도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연출을 맡은 신승우 감독은 소이현에 대해 "최고죠. NG를 안 내서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에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요. 물이 올랐어요"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도도한 이미지의 소이현은 화면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을 보여줬다. 웃음이 많았지만 촬영에는 몰입했다.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거의 보지 않을만큼 대본 숙지가 완벽했고, NG가 없었다. 자신의 배역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다운 모습은 절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소이현에게 '배우'의 후광을 입혀줬다. 10년차 배우 소이현, 그녀의 다음 10년이 기대된다.
[배우 소이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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