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에도 기동력 싸움이다.”
최근 통화가 닿은 한 야구인은 올 시즌이 투고타저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홀수구단체제 속에서 1팀이 불규칙적으로 쉬는 상황. 마운드 총공세가 가능한 현실 속에서 타자들이 기세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 시즌 타자들은 먹고 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타자들의 리그 평균 성적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나 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슬럼프가 없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9개구단 스프링캠프에서도 기동력 강화훈련은 기본 메뉴다. 그러나 이 야구인은 “이젠 단순히 도루를 하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능력에만 주목해선 안될 것 같다”라고 했다.
▲ 도루가 쉽지 않아진다
뛰는 야구는 새삼스러운 테마가 아니다. 이미 SK와 두산이6~7년전 스피드 바람을 불러일으켰었다. 두 팀은 도루를 넘어서서 안타 혹은 인플레이 상황에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창의적인 야구를 추구했다. 이후 힘 있는 빅볼 야구에 이어 최근 몇 년간 투고타저가 득세하며 주춤했으나 9개 구단 모두 스피드를 주목하지 않는 팀이 없을 정도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온 건 확실했다.
이를 막아내려는 기술 역시 진화하고 있다. 2007년 리그 도루는 764개였다. 2008년엔 987개로 늘어나더니 2009년엔 1056개에 이어 2010년엔 1113개로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 이후 2011년 933개로 줄었고, 2012년엔 1022개로 상승했으나 2009년~2010년 수준은 아니었다.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졌고, 전력분석팀에서 부단히 주자들의 습관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포수들의 대처 및 송구 동작도 빨라지고 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훈련만큼이나 한 베이스를 막아내는 훈련 역시 일반화됐다. 2011년, 2012년 통합 2연패를 차지한 삼성 역시 이런 야구에 능했기에 최강자가 될 수 있었다. 작년 한국시리즈서 고비마다 보여준 내야 100% 수비는 SK 특유의 기동력 야구를 완벽하게 제어했다. 삼성의 촘촘한 수비를 본 다른 팀들은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스피드의 의미가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야구인은 “마무리훈련 때부터 감지됐다. 모든 팀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 훈련만큼 수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고 했다. 이는 스프링캠프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선 삼성보다 더 세련된 수비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일전에 “승부는 1cm로 갈린다”라고 했는데, 지금 9개 구단이 벌이고 있는 전쟁도 이것이다.
한국야구가 여러모로 급성장했으나 내, 외야 중계 및 백업 플레이, 외야수들의 정확한 내야 송구 등에선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프링캠프는 이를 집중적으로 다듬을 수 있다. 몇몇 구단은 최근 몇 년 사이 외야수비 전담코치를 고용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수비에서 정확성과 스피드가 살아나야 공격 측이 구사하는 스피드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야구인의 말이었다.
또 하나. 시간 활용이다. 올해 9개 구단 스프링캠프 본진은 롯데를 제외하고 모두 1월 20일에 출국했다. 최근 몇 년간 경쟁적으로 1월 초에 출국러시를 이뤘던 걸 감안하면 시기가 늦다. 구단들이 1월 15일까지의 비활동기간을 지키자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늦은 만큼 더 스피드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간 활용을 빡빡하게 하고 있다. 훈련 시간을 늘리거나 훈련 속도를 빠르게 해서 예년과 몸 만들기 페이스와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다. 물론 대충대충 넘어가는 법은 없고 밀도있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역시 넓은 의미에서 스피드가 업그레이드 됐다고 보면 된다.
야수들의 화두는 확실히 기동력이다. 마운드의 힘이 극대화될 홀수구단체제. 뻥뻥 치는 것에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스피드 야구가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젠 그 의미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한국야구가 한 단계 성장하려는 몸부림이다.
[목동구장 경기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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