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막판에 고비가 오네요.”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속이 요즘 까맣게 탔다. 시즌 초반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던 우리은행은 올스타브레이크 후 첫 경기서 신한은행을 잡고 정규시즌 우승넘버 5가 된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 7일 삼성생명전을 앞두고는 매직넘버가 3이다. 특별히 부상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력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위 감독은 “부담 갖지마”라는 말이 조심스럽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선수들이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혼란스럽다. “내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온 것일까, 정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걸까. 아직 내가 초보감독이고 선수들의 세밀한 성향을 100%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대뜸 “주위에서 매직넘버 얘기가 나오고, 우승을 한다고 하니까. ‘정말 할까?’라고 되물어봤다. 처음부터 우승을 생각하고 시즌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단일리그 이후 최하위를 거듭하던 우리은행의 초심. 플레이오프 진출이었지 정규시즌 우승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엔 쾌속 질주했다. 그러다 정말 우승이 유력해지자 선수들이 조금씩 의식하기 시작했다. 위 감독의 솔직한 말이다.
우승이란 걸, 아니 상위권에 올라서본 기억이 없는 선수들이다. 심리적으로 쫓길 때도 됐고, 체력적으로 조금 떨어질 때는 됐다. 위 감독이 ‘부담 갖지마’라는 말 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건 이런 점에서다. 가뜩이나 선수들이 예민해져 있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고 싶다. 현 시점에선 섣불리 어떠한 말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설명이다.
위 감독은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신한은행 코치할 때의 일이었다. 갑자기 연패를 하면 선수들에게 모진 말도 했고 자존심도 좀 긁었다. 그럴 때면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켰다. 곧바로 경기력이 살아났었다”라는 회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우승 경험도 없고 아직 완전하지 않은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더욱 기가 죽을 수 있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다면, 위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결국 전과 같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라고 했다. 다음 경기도 생각하지 않고 매직넘버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놓여있는 경기만 잘 하자는 마음이다. 위 감독은 “곧 티나가 NBA 올스타 행사 관계로 2경기 결장하는 데, 지금은 그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결론은 이렇다.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 스트레스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게 우리은행의 숙제다. 해법을 찾았을까. 우리은행은 이날 삼성생명을 꺾고 3연패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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