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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겉으로는 상큼하다. 그런데 속을 보면 끈끈하다."
케이블 채널 tvN 월화극 ‘이웃집 꽃미남’의 촬영 현장을 접한 소감이다.
은둔형 외톨이 고독미(박신혜)가 이웃집 꽃미남 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일들을 그린 ‘이웃집 꽃미남’을 만나기 위해 마이데일리 취재진은 혹한이 불어닥친 2월 초 경기도 파주를 찾았다.
제작진이 “찾기 어려울 거에요”라면서 알려준 주소로 자유로를 달리기 1시간여. 신도시가 한창 들어서고 있는 파주시내를 지나 공장 부지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촬영 현장을 찾기전 많은 기대를 했다. 청춘스타 박신혜에 윤시윤, 그리고 원조 꽃미남 김지훈, 훈남 고경표, 원조 요정 박수진 등이 있는 '이웃집 꽃미남'이 아닌가? 상큼한 분위기 속에 촬영이 진행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드라마 촬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곳은 없고, 창고를 연상케 하는 컨테이너 만이 자리해 있다. 이곳이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바로 극중 차도휘(박수진)가 타고 다니는 승합차량만이 “이곳이 ‘꽃미남’ 촬영장이구나”를 짐작케 한다.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이웃집 꽃미남’ 세트장은 특이했다. 극 중 재건축 건물과 신축 빌라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세트를 병행해서 지은 것. 영화에서 활약하던 제작진이 만든 세트답게 그 디테일은 훌륭했다.
세트장의 디테일에 감탄하면서 또 한가지 놀란게 있다. 바로 ‘이웃집 꽃미남’의 선장 정정화 감독의 꼼꼼한 연출이다.
이날 촬영신은 와타나베(미즈타 코우키)의 집에서 매주 요리 강습을 벌이는 날이다. 그런데 엔리케 금(윤시윤)이 결별을 선언하는 극의 반전이 벌어지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이데일리 취재진 또한 이 반전의 촬영현장을 담고자 했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바로 와타나베의 요리신 촬영에 대한 정 감독의 열정 때문이다.
정 감독은 마치 요리프로그램의 그것을 연상케 할 정도로 와타나베의 손동작 및 요리 제작에 애정을 쏟았다. ‘대장금’을 연출했어도 가능했을 정도다. 좁은 세트장 내부는 어느새 마늘을 볶고 와인을 졸이는 냄새가 퍼진다.
▲13:30 밤샘 촬영에도 웃고 떠드는 현장 분위기 ‘좋죠~’
‘이웃집 꽃미남’ 촬영장은 여느 드라마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한쪽에서는 미즈타 코우키의 요리신이 촬영 중인데, 세트의 반대쪽에서는 박수진과 고경표가 사이좋게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내 드라마 촬영 현장의 특성상 배우들은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신이 없으면 차량 혹은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두 배우는 종이에 낙서를 하거나 서로 촬영장 모습을 담을 거라면서 연신 셀카를 찍어댄다. 박수진은 “내 부하에요”라면서 고경표를 소개하고 고경표는 “누님이시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모습이 화기애애하다.
옆에서는 한 신을 끝낸 정 감독이 ‘좋죠~’를 외친다. 박수진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좋죠~”, “괜찮죠~”라면서 흉내를 낸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자 “감독님의 OK사인이에요. 재밌죠?”라고 답한다.
촬영을 끝낸 정 감독이 지나가다 멈춰서더니 사라진다. 이어 등장하는 ‘이웃집 꽃미남’의 주인공 김지훈. 새벽 3시부터 진행된 촬영에 세트장에서 쪽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도 취재하러 오셨는데 뭔가 보여드려야죠”라고 말하는 김지훈에게 “더 주무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대답은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죠”라면서 의욕을 불태우더니 이윽고 컵밭침을 들고 코알라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군입대전 주말극에서 진지한 모습만 보여주던 김지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지훈의 엉뚱한 행동에 박수진과 고경표 또한 한숨을 내쉴 정도였으니…
▲15:00 ‘깨금이’ 윤시윤의 등장, 의외로 진지한 이 남자
번잡하게 촬영되는 와타나베의 세트장을 나와 맞은편에 위치한 고독미의 방을 찾았다. 촬영이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스태프의 대기실 및 창고로 쓰인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고독미의 방에는 온갖 촬영 장비와 스태프를 위한 간식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주인공 엔리케 금, 즉 깨금이 역의 윤시윤이 앉아 있는게 아닌가? 윤시윤은 독미의 방 한켠 가득한 책을 일일이 보고 있었다.
“오늘은 이 책이나 봐야겠네요”라고 한 권의 책을 잡은 윤시윤, 취재진이 왔다는 사실에 “대본이라도 봐야 하는데… 오늘 분량은 다 외워서요”라면서 다시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
흔히 성공을 맛본 젊은 배우들에게서 보이는 스타의식은 윤시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누군가? KBS 2TV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흥행 배우로 올라선 인물이다. ‘김탁구’에 대해 언급하자 윤시윤은 “운이 좋았죠”라면서 겸손함을 표한다.
‘이웃집 꽃미남’의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다들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고, 역할에 빠져들고 있죠. 아! 그런데 시청률 공약(윤시윤과 김지훈은 드라마가 시청률이 4.5%를 기록하면 ‘키스’사진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은 좀 후회가 되요. 그래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웃음)
한참을 얘기하던 윤시윤을 찾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촬영 준비 사인이다. “갔다 올께요”라고 말하는 윤시윤의 목소리가 활기차다.
몸이 좋지 않아서 이날 촬영장에서 볼 수 없던 박신혜를 비롯해 모든 출연자들이 모였다. 바로 ‘이웃집 꽃미남’의 반전이 벌어지는 깨금이의 이별 선언 장면 촬영을 위해서다.
여배우들은 저마다 메이크업 등을 재점검 하느라 바쁘고, 스태프들은 카메라와 조명, 그리고 오디오 세팅에 여념이 없다.
좁은 세트장에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수대의 카메라가 배치된다. 발 디딜 공간도 없는 빽빽한
정 감독의 카메라 큐사인이 떨어지고, 배우들의 연기가 이어진다.
단 한번의 NG 없이 배우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낸다. 단지 카메라의 위치를 수정하기 위한 촬영만 다시 이어진다.
흔히 현장에서 배우가 실수할 경우 들리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전혀 없이 정 감독 특유의 “좋죠~”만 들린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제작사 오보이 프로젝트의 신연주 제작 PD는 “배우들과 스태프의 호흡이 너무나 좋다. 젊지만 겸손하고 열정 있는 배우들 덕분에 빡빡한 일정이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고 배우들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
‘이웃집 꽃미남’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당초 기획된 대본대로 승부하는 그야말로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제작사의 박성혜 대표 또한 “제작사 입장에 시청률에 신경을 쓸 수 밖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작품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인기와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실제로 ‘이웃집 꽃미남’은 역대 꽃미남 시리즈 중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을 들으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정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해보자’는 분위기, 그리고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눈빛만 봐도 의사를 알 수 있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녹아난 드라마. 참으로 끈끈한 정이 어우러진 드라마, 그게 바로 ‘이웃집 꽃미남’이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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