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중일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WBC 대표팀이 19일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대만 도류구장에서 가진 첫 평가전서 NC에 0-1로 패배했다. 마운드는 선발 윤석민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았다. 아쉬웠던 건 타선. 5안타 4볼넷으로 실전 감각이 뚝 떨어져 있었다. 중심타선이 10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2안타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당연히 없었다. 개개인의 경기 집중력 자체가 떨어져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내용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NC 김경문 감독의 양해 속에 10타자로 라인업을 만드는 등 로컬룰이 적용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율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이 경기를 통해 대표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설정됐다. 타격감각 회복은 물론이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공격에서 물꼬를 트는 방법, 마운드, 수비, 주루의 점검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대표팀 타자들이 능력이 없어서 5안타에 그친 게 아니다. 20일, 23일, 24일 NC전서 서서히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면 된다. 다만 공격을 풀어가는 방법에서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대표팀 타선이 19일 경기서 전혀 기회를 만들지 못한 건 아니었다. 2회 무사 1,2루, 8회 1사 만루 찬스 등 대량 득점 찬스가 있었으나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다.
단기전서는 1점의 소중함이 정말 크다. 대표팀은 그동안 국제대회서 고비마다 번트, 도루, 히트 앤드 런 등 작전야구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이번에도 이런 기민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정근우-이용규 테이블세터는 물론이고, 하위타선에서도 물꼬를 터줄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도 일종의 감각인데, 대회가 임박했을 때까지 살아나지 못할 경우 류 감독이 타순변경 등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운드, 수비, 주루 등의 전반적인 점검은 19일 단 1경기로 파악하기엔 이르다. 류 감독은 NC와 4차례 평가전을 치르면서 본선에서의 마운드 운용 방식을 점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승부처에서 중용할 수도 있고, 수비와 주루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2회 무사 1,2루에서 주자들이 런다운에 걸린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사실 연습경기 일정 및 상대가 대표팀에 딱 마침맞은 건 아니다. 젊은 NC는 좋은 팀이지만, 4차례나 맞붙으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WBC 조직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지정해준 27~28일 대만 군인올스타, 실업올스타와의 2경기는 사실상 국가대표가 상대하기엔 급이 맞지 않는다. 대회에 임박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려면 대만 프로팀 정도와 붙어야 하는데, 조직위원회와 대만 현지의 텃세인지, 다른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쉽게 불발됐다.
대표팀은 19일 첫 경기서 사과를 받는 해프닝이 있었다. 대만이 정찰대를 보냈다가 KBO관계자들에게 딱 걸린 것. 이제 대표팀으로선 상대분석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잔여 5차례 연습경기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내용과 결과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어차피 27~28일 공식 연습경기는 대만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공개가 된다. 그때 내부적으로 만족하고, 상대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류중일호에 남은 연습경기는 시간, 그리고 감각과의 싸움이다.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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