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신경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5일 잠실구장. LG와 두산이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전부터 흐름이 미묘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 모두 “총력전이다. 서울 라이벌에는 안 진다”라고 했다. 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는데다 시즌 첫 3연전. 기선을 제압해 시즌 내내 맞대결서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 흔들리는 선발, 도루로 흔들다
선발투수는 1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레다메스 리즈. 그러나 두 투수는 좀처럼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하지 못했다. 니퍼트는 특유의 장신을 활용한 내리 꽂는 직구의 위력이 덜했다.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가 주무기인 리즈는 아예 직구보단 변화구를 주로 사용했다. 직구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 경기를 중계한 SBS ESPN 김정준 해설위원은 “리즈는 변화구를 던질 때 릴리스포인트가 뒤에 있다. 좀 더 앞으로 갖고 와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했다. 니퍼트를 두고서도 “개막전과 같은 페이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두 감독은 상대 선발투수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란 걸 눈치채자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작전 지시를 했다. 작전을 통해 더욱 심리를 흔들어보자는 의미. LG는 0-2로 뒤진 1회말 니퍼트를 흔들었다. 1사 후 정주현이 1루 방면 강습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박용택 타석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흔들린 니퍼트는 박용택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폭투까지 범해 1사 1,3루 위기. 박용택이 또 다시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웃돼 추격에 실패했다.
두산도 마찬가지. 리즈의 투구 밸런스가 정상이 아닌 걸 감안해 도루를 시도했다. 동점을 허용한 3회. 선두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리즈의 투구 폼을 빼앗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1사 2루. 리즈는 물론, LG 수비가 흔들렸다. 김현수의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성 타구가 좌익수 정주현이 글러브를 일찍 오므려 잡지 못해 2루타로 처리됐다. 결국 1사 2,3루에서 김동주가 희생플라이를 뽑아냈다. 이종욱의 도루가 성공한 셈이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발 야구에 잠실이 열광했다.
▲ 두산, 적극적인 항의로 신경전… 홍성흔 올 시즌 1호 퇴장
두산은 이날 유독 심판 판정에 예민했다. 2회말 수비. 1사 1,3루 상황. 현재윤이 우측 선상에 뚝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3루주자는 홈으로 향했으나 1루주자 김용의의 스타트가 당연히 늦었다. 두산 민병헌은 곧바로 2루에 공을 던졌고, 2루에서 세이프가 선언됐다. SBS ESPN이 제작한 느린 화면에 따르면 아웃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어쨌든 심판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에 2루까지 나와 적극적으로 몸짓을 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평소 신사로 유명한 김 감독의 적극적인 항의는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이라이트는 5회. 4-5로 뒤진 2사 2루 상황. 홍성흔이 풀카운트에서 리즈의 6구째 볼에 루킹 삼진 처리됐다. 이때 홍성흔이 문승훈 구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헬멧을 내동댕이쳤고, 문 구심에게 배를 부딪히려고 했다. 그러자 문 구심은 자비 없이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리즈의 6구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몸쪽 변화구가 약간 낮게 구사됐다. 문 구심은 스트라이크라고 봤다. 홍성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의를 한 것. 야구규칙상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어필플레이가 아니다. 때문에 문 구심은 강하게 항의한 홍성흔을 바로 퇴장 조치했다. 올 시즌 퇴장 1호였다. 홍성흔 개인적으로도 생애 첫 퇴장이었다.
▲ LG, 홈 개막전 질 수 없다는 의지 강했다
결과적으로 LG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강했다. LG는 9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으로 홈 개막전을 치렀다. 그것도 상대는 두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지난해 LG는 두산에 12승 7패로 앞설 정도로 잠실 라이벌에게만큼은 자존심을 지켜왔다. LG는 고스란히 승리 의지를 경기력에 투영했다.
5-4로 1점 앞선 상황. LG 김기태 감독은 승부수를 걸었다. 리즈를 6회 유원상으로 교체했다.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 6회 1사 1루에서 양의지를 투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김진욱 감독도 승부수를 걸었다. 7회 민병헌의 2루타 이후 이종욱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한 것. 1사 3루 상황. 그러나 LG는 또 한번 위기를 넘겼다. 김현수를 고의사구로 거른 뒤 2사 1,3루 위기에서 정현욱이 등판해 김동주를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김진욱 감독도 7회부터 정재훈을 시작으로 불펜을 총가동했다. 그러나 LG가 승부처를 또 한 번 지배했다. 김기태 감독은 선두타자로 대타 이천웅을 내세웠다. 상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김기태 감독은 대주자 양영동을 냈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 김진욱 감독은 이혜천을 올렸으나 이진영이 2루 땅볼을 쳐내며 3루주자 양영동을 홈으로 불러들여 귀중한 추가점 획득에 성공했다. 이후 LG는 정현욱을 8회까지, 9회엔 마무리 봉중근을 내세워 2점 리드를 지켜냈다. 첫 잠실라이벌의 승자는 승부처를 지배한 LG였다. 두산은 신경전을 펼쳤으나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김기태 감독(위), LG 선수들(중간) 퇴장당한 홍성흔(아래).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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