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훤칠한 조선 왕이 지질한 동네 바보로 전락했다. 화려한 용포는 비루한 녹색 트레이닝복으로 바뀌었다.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한 김수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꽃미남 조선 왕 이훤을 연기했던 그가 이 영화를 통해 코찔찔이 동네 바보 방봉구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본 모습은 북한의 특수부대 소속으로 무술, 화학, 언어 등 모든 것에 능통한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 달동네 바보로 위장하라는 지시를 받아 2년 넘게 달동네 슈퍼마켓 바보로 납작 엎드려 온갖 바보짓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누적 조회 수 2억5천만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위대하게 은밀하게’는 촉망받는 꽃미남 배우 삼총사 김수현-박기웅-이현우로 캐스팅으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원류환 역을 맡은 김수현은 영화를 위해 1년 가까이 액션 연습을 하고, 몸을 만들 만큼 공을 들였다. ‘해를 품은 달’로 스타덤에 올랐던 김수현에게 50여 편의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웹툰 원작에 매료된 그는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골랐던 것이다.
주인공 원류환과 김수현은 닮은 점이 많다. 귀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마스크, 순박함과 강한 에너지가 동시에 표출된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바보로 매일 구르고 넘어지고 아이들에게 짱돌을 맞지만, 진짜로 싸워야 할 때는 다부진 몸을 드러내며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잘 소화한다. 시종일관 사람 좋은 바보 미소를 흘리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과 꾹 다문 입술과 만나 예리하게 빛난다.
1988년생, 올해 26살 된 김수현은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한 6년 차 배우다. 이후 ‘정글피쉬’,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인지도를 올렸고, 2010년 ‘드림하이’ 속 촌놈 송삼동으로 분해 농약 같은 가스나 수지로 인해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었고, 2012년 ‘해를 품은 달’에서는 결국 첫사랑 허연우 한가인을 품은 왕이 되었다. 또한 영화 ‘도둑들’에서는 순정파 막내 도둑 잠파노를 맡아 예니콜 전지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번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에서도 나라와 동료를 사랑하는 맘으로 자신으로 내던진다. 실상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은밀한 임무 수행을 위해 바보 행세를 했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이를 벗어던지고 전사로 변신해 대역 없이 스크린 여기저기를 날아다닌다. 훤칠한 배우가 위대하게 망가지다 상남자로 변신하자 그 재미는 배가 됐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자랐다’는 메인 카피처럼 혹독한 훈련으로 냉혈한 스파이로 자란 남자가 비록 가난하지만, 온정이 넘치는 동네에서 온혈한으로 변하며 눈물겹게 싸운다. 바보와 전사, 냉혈한과 온혈한을 오가는 다면적 연기를 잘 소화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원류환은 평범한 삶을 애타게 열망한다. 김수현도 그렇다. ‘해를 품은 달’ 이후 너무 뜨거운 관심에 바깥출입도 자제하고 한동안 칩거했다. 활동을 쉬는 동안 대학생의 본분으로 학교로 돌아가 성실하게 공부하며 자신을 다잡았다.
고등학교 시절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자 우연히 시작한 연기를 통해 자신의 틀을 깬 김수현. 여러 작품을 거치며 단순한 꽃미남 배우가 아닌 믿음직한 배우,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바보연기와 비장한 액션연기까지 선사하며 충무로 대세로 당당히 올라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배우 김수현. 사진 = 쇼박스 제공]
이승길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