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저 선수는 유격수이고, 왜 저 선수는 3루수일까.’
야구 팬이라면 한번쯤 해본 상상이다. 학생야구 지도자들은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에게 그 선수의 특성을 살려 포지션을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송구 능력이 좋으면 투수를 우선적으로 시킨다고 한다.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 야수를 시킨다고 한다. 야수들의 보직은 세분화 돼있다. 그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포지션이 분류될까. 국내 최고 수비전문가인 삼성 류중일 감독이 1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 야수분류기준, 팔방미인이면 당연히 유격수
류중일 감독은 “체격이 좋고 발이 빠르고 송구능력이 좋으면 외야로 보낸다”라고 했다. 발이 빠른 선수는 내야수로도 적합하지만, 체격이 너무 크면 취해야 할 동작이 많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 내야수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야에선 아무래도 발이 가장 빠른 선수가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은 중견수를 맡는다.
내야수들은 어떻게 분류될까. 류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유격수”라고 했다. 유격수 선정의 기준은 “풋워크, 송구능력, 순발력”이라고 했다.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에게 유격수를 시킨다고 했다. 류 감독은 “세 가지 다 갖춘 선수가 그리 많진 않다”라고 웃었다. 이어 “풋워크가 떨어지는데 송구가 좋으면 3루로 보낸다. 풋워크가 좋은데 송구가 떨어지면 2루로 보낸다. 송구는 떨어지는 데 풋워크가 좋고 포구가 좋으면 1루로 보낸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유격수는 2루, 3루를 볼 수 있지만, 2루수, 3루수는 유격수를 보기 쉽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류 감독의 포지션 특성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가는 대목. 9개 구단이 해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유격수 자원을 최대한 수집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격수 자원을 많이 확보해야 유사시 2루, 3루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선수층이 깊어진다.
▲ 야수들의 비밀, 짧은 거리보다 먼 거리 송구가 더 정확하다고?
류 감독은 “박석민이 유격수를 하면 얼마나 웃기겠노”라고 했다. 류 감독은 실제 훈련을 시켜보니 박석민이 유격수를 곧잘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박석민이 풋워크와 순발력에서 김상수에게 약간 밀린다는 평가. 류 감독은 “장종훈 코치도 유격수를 봤지만, 1루로 갔다. 유격수는 작고 날렵한 선수가 어울리는 것 같다”라고 정리했다.
류 감독은 “김주찬(KIA)은 삼성 시절에 직접 가르쳤다. 원래 유격수”라고 했다. 현재 김주찬은 1루와 외야 모두 가능하다. 류 감독은 “김주찬은 외야수가 어울린다. 내야에서 25m 송구를 하는 것보다 외야에서 50m 송구를 시켜보니 더 정확하더라”고 했다. 류 감독은 짧은 거리보다 먼 거리 송구가 더 정확한 선수가 있다고 했다. 당연히 그런 선수라면 외야수로 간다. 김주찬을 비롯해 김현수(두산), 이진영(LG), 이택근(넥센) 등이 1루와 외야를 겸하는 건 포구능력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 좋은 수비의 생명, 풋워크
류 감독은 “나는 현역 시절 타격 연습보다 풋워크 연습을 더 많이 했다”라고 회상했다. 숙소 옥상에서 타구가 자신에게 날아온다고 가정하고 짧은 바운드, 긴 바운드를 받아서 처리하는 동작을 수 없이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류 감독은 “좋은 수비수는 풋워크가 좋아야 한다. 어느정도 타고나야 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말하는 풋워크. 타구에 대처하는 발의 움직임이다. 발의 움직임이 기민할수록 좋은 내야수. 내야수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투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 조금씩 몸을 건들건들거린다. 류 감독은 그게 바로 풋워크를 하기 위한 ‘무빙’이라고 했다. 무빙을 잘해야 풋워크를 기민하게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야수들이 풋워크 능력을 키우려면 평상시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격수 뿐 아니라 내야수 모두 풋워크가 좋아야 팀 수비력이 좋아진다.
류 감독이 추천하는 풋워크 훈련. 날아오는 테니스 공을 라켓으로 받는 것이다. 테니스 선수들의 서브는 최고시속 250~300km까지 나온다고 한다. 3루에서 홈까지의 거리는 27.44m. 테니스 코트 세로 규격은 단 23.77m. 류 감독은 “테니스는 풋워크가 좋지 않은 선수는 잘 할 수가 없는 운동이다. 3루에서 홈보다 더 짧은 거리에서 2~300km짜리 공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해봐라”고 했다. 뛰어난 테니스 선수는 야구의 내야수 이상으로 풋워크가 좋다는 의미다.
류 감독은 삼성 선수들에게 비 시즌 풋워크, 순발력 키우기 연습을 많이 시킨다고 했다. 쉴 틈 없이 경기를 치르는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이 짬을 내서 열의를 보인다면 타고나지 않은 선수들도 커버가 충분히 가능하다. 야수들, 특히 내야수들이라면 류 감독의 지적을 참고할 만하다.
[WBC 사령탑 당시 야수들 훈련을 지켜보는 류중일 감독(위, 가운데), 김상수, 신명철의 수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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