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자신과 싸우나. 상대와 싸워야지.”
투수가 지녀야 할 덕목. 흔히 말하는 제구력, 직구 구속, 변화구 구사능력, 수비, 견제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그에 못지 않게 마운드에서 갖춰야 할 마인드를 꼽는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팀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상인 팀이 6팀이나 있는 국내야구. 반드시 짚어볼 부분이다.
▲ 투수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흔히 야구를 떠올리면 타자가 공격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실 투수가 공격을 한다고 해석한다. 투수가 포수 미트를 보고 공을 던져야 인 플레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구의 기본적인 주도권은 투수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투수에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지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2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 투수들의 성장이 늦다. 기량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를 하고 내보냈는데 부담이 된 모양이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긴장을 한다. 배포를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김경태는 좋은 볼을 가졌는데 중요한 순간에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다”라고 아쉬워 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현재 팀 평균자책점 5.84로 최하위를 달리는 한화 투수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투수들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 부족이다.
▲ 홍상삼 케이스, 자신이 아닌 타자와 싸워라
두산 김진욱 감독은 23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왜 자신과 싸우나. 투수는 상대(타자)와 싸워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김 감독이 최근 홍상삼에게 해준 말이다. 홍상삼은 올 시즌 초반 발 부상으로 1군 합류가 늦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셋업맨으로 맹활약했던 홍상삼을 올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점 찍었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한 홍상삼은 올 시즌 1승 2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상삼이가 부상을 당한 뒤 스프링캠프 훈련량이 적었다. 올 시즌 기복이 심한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홍상삼의 멘탈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고 했다. “투구 밸런스가 괜찮아 보이는데도 맞더라”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은 홍상삼을 불러 직접 대화를 나눴다.
김 감독은 “상삼아, 너 자신하고 싸우지 말고 타자와 싸워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홍상삼은 김 감독에게 “모든 공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크게 안타까워했다. “상삼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동안 실점을 각오하고 등판을 시킨 적도 있었는데 부담이 된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 감독은 “모든 투수가 항상 밸런스가 좋은 상황에서 등판할 수 없다. 그럴 땐 포수가 사인을 내는대로 던지면 된다. 포수와 수비하는 야수들을 믿고 던지면 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고 충고했다”라고 했다. 결과에 대한 걱정을 미리 하지 말고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라는 것. 그라운드에서 공격하는 타자는 1명이다. 하지만, 투수를 도와줄 야수는 그라운드에 8명이나 있다.
▲ 지도자는 그래도 투수를 믿는다
프로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성적이 좋지 않은 투수를 영원히 지켜볼 지도자는 없다. 최근 모 투수는 “성적이 나쁘면 2군으로 떨어질까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성한 수석은 “프로선수가 1군에 올라온다는 건 기본적으로 기량이 검증된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자신의 기량을 펼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경기에 임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진욱 감독의 홍상삼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배려? 포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상삼이는 무조건 믿는다. 결과가 나쁘면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 결국 본인이 해결할 문제다. 나는 앞으로도 세이브 상황이 오면 상삼이를 기용할 것이다. 단,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내보낼 수 있게 배려는 하겠다”라고 했다.
투수의 마인드 문제. 영원한 숙제다. 지도자들은 투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으라고 한다. 정작 그렇지 않은 투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멘탈 갑. 어쩌면 투수가 가장 갖추기 쉽지 않은 덕목일지도 모른다.
[홍상삼(위), 김경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