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동 103호를 아시나요.
넥센 퓨처스팀의 숙소는 잘 알려진대로 전라남도 강진에 있다. 강진 숙소는 타자가 쓰는 ‘홈런동’과 투수가 쓰는 ‘퍼펙트동‘으로 나뉜다. 그런데 최근 홈런동 103호에서 연이어 좋은 소식이 들렸다. 홈런동 103호를 쓴 퓨처스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소리다.
현재 넥센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지난 주말 대구 삼성전서 충격적 데뷔를 한 안태영과 문우람이다. 두 사람은 연일 맹타 행진이다. 안태영은 4경기서 14타수 9안타 타율 0.643 1홈런 1타점. 문우람은 23경기서 96타수 36안타 타율 0.375 2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뒤 퓨처스리그를 거쳐 올 시즌 1군에 입성했다. 염경엽 감독은 “어려웠던 아이들이 1군에서 잘해주면 팀에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감독도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 안태영·문우람은 홈런동 103호 출신
안태영과 문우람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두 사람 모두 강진 숙소에서 홈런동 103호를 사용했다는 것. 문우람이 먼저 1군에 콜업 돼 맹활약했고, 뒤이어 안태영마저 맹타를 퍼붓고 있으니 넥센 선수단에선 “홈런동 103호의 기가 좋다”라는 말이 오가는 실정이다. 더구나 주변에 위락시설이 전혀 없어 야구밖에 할 게 없는 강진이란 걸 감안하면 홈런동 103호는 신분상승의 성지요, 명당이다.
지난달 30일 목동 한화전서 포수 박동원이 허리 통증을 입었다. 염 감독은 31일 박동원을 퓨처스에 보내는 대신 지재옥을 올렸다. 그런데 지재옥이 바로 문우람과 안태영이 차례로 빠져나간 뒤 홈런동 103호를 썼던 선수다. 지재옥은 일단 31일 경기서는 벤치를 지켰다. 염 감독은 “지재옥도 홈런동 103호에서 왔으니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그렇다면 현재 홈런동 103호엔 누가 들어가 있을까. 넥센 관계자에 따르면, 지재옥이 1군 콜업된 뒤 아직 누가 들어갈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우람이 1군에 올라간 뒤엔 안태영 홀로 홈런동 103호를 썼다. 안태영이 1군에 올라간 뒤엔 지재옥이 썼다. 지재옥마저 1군에 올라왔으니 넥센 2군 야수들 사이에서 홈런동 103호 쟁탈전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 염경엽 감독은 퍼팩트동 103호의 기적을 기다린다
염 감독은 야수들을 보면 만족스럽지만, 투수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넥센은 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45로 6위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조금씩 불안하다. 특히 경기 초반 실점이 많은 편. 지난달 30일 목동 한화전서도 1회 대량실점하며 완패했다. 염 감독은 “투수가 초반에 1~2점 주는 건 괜찮다. 그런데 1회부터 3점 이상씩 주면 야수들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상대를 힘들게 해야 하는데 스스로 힘들게 하는 경기”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홈런동 103호 케이스가 투수들에게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서두르진 않는다. “우리 투수들은 지금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염 감독은 “강윤구, 김영민, 문성현 등은 우리팀에서 앞으로 잘 될 가능성이 가장 큰 투수들이다. 이 선수들을 좀 못한다고 1군에서 빼면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투수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조언을 한다. 염 감독은 “강윤구가 경기 초반부터 박살이 났다. 조언해주고 싶은 게 많았지만 바로 얘기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젊은 투수들에게 하루 혹은 이틀 뒤 투수코치를 통해 얘기해줄 것이나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나. 바로 뭔가를 지적하면 선수 스스로 자신이 뭐가 잘못됐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내가 바로 얘기를 하면 그냥 내 얘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투수 스스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 곧바로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염 감독은 “스스로 뭐가 잘못됐는지 느껴야 한다. 그러면 투수 본인이 내가 말해주는 것과 비교도 해보면서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서로 공감대를 얻어야 교정도 쉽다”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반대로 젊은 투수들이 결과가 좋았을 때도 하루, 혹은 이틀 뒤에 좋았던 점을 투수코치를 통해 얘기해준다고 했다.
염 감독은 “윤구, 영민이 모두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끊임없는 교감과 피드백을 통해 마운드 강화를 꾀하겠다는 염 감독의 전략. 지금 넥센엔 ‘홈런동 103호’만큼 ‘퍼펙트동 103호’의 기적이 절실히 필요하다.
[안태영(위), 문우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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