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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구혜선은 한 가지로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운 연예인이다.
2002년 모 광고 CF 모델로 데뷔한 구혜선에게 제일 먼저 따라 붙은 수식어는 인터넷 얼짱이었다. 당시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똘망똘망한 커다란 눈망울로 일반인이지만 연예인 못지 않게 팬을 확보하며 박한별, 남상미 등과 함께 주목받았고 이는 자연스레 연예계 입문이란 새 길로 이어졌다.
그 뒤 구혜선은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5’를 시작으로 일일극 ‘열아홉순정’, ‘최강칠우’, ‘왕과 나’에 이어 2009년 초대박 히트작 ‘꽃보다 남자’를 통해 연기자로 승승장구했고 배우란 수식어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부탁해요 캡틴’을 끝으로 연기로는 잠시 주춤하고 대신 일러스트 작가 겸 화가, 작곡가이자 가수, 영화감독 등 새로운 수식어를 빠르게 추가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서른이 된 2013년 8월 현재 구혜선은 '유쾌한 도우미'를 시작으로 '요술', '당신', '기억의 조각들', '복숭아나무'까지 다섯 편의 단편, 장편 영화를 연출했으며, 국내에서 ‘탱고’와 ‘잔상’이란 타이틀로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홍콩 아트페어에 초청받은 데 이어 오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네 번째 싱글 ‘그건 너’도 발표했으며 직접 뮤직비디오도 연출했다. 이에 앞서 외부 아티스트에게는 처음으로 서인국에게 자신의 자작곡도 선물하며 음악적 역량을 뽐냈다.
이에 구혜선은 멀티 엔터테이너, 다재다능, 팔방미인 등의 수식어까지 덤으로 붙는다.
구혜선이 이런 멀티 플레이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얼짱 출신이란 편견에 가려졌던 그의 꽤나 강단있고 독립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
두 딸 중 막내인 구혜선은 스무살 때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해 서울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했다. 성격상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스타일도 아니었거니와 일찍이 돈을 벌기 시작한 탓에 독립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지금도 그는 강아지 3마리, 고양이 2마리와 함께 혼자 생활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등 예술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고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예술적 영감을 얻고 창작을 하는 데 쓰였다.
구혜선은 6일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에게 붙은 여러 수식어들에 대해 “일종의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이름들에 실망감을 안겨드리고 싶진 않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뭐가 잘되고 무엇을 한다고 해서 그걸 인생의 목표로 두고 승리감을 느낄 때는 아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하다. 20대때는 분명 ‘꽃보다 남자’로 큰 히트를 쳤었지만 그것 뿐인 사람으로 머물면 안되지 않을까? 이에 나를 더욱 잘 만들어서 잘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게 내 인생의 계획이 됐다.”
구혜선의 말을 빌면 그는 과거에는 막연하게 무언가를 실행에 옮겼다면 지금은 점점 명확한 목표점이 생겨나는 듯 했다. 한 분야의 전문인이 되려면 7년이 걸린다고 하는 데 분명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난 자신은 당연히 더욱 나아져 있을 것이라 믿는단다. 현재의 목표는 자신이 만든 것들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구혜선에게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은 아닌 지 솔직하게 물었다.
그는 “나를 아티스트로 인정을 해준다면 참 고마울 따름이지만 그게 절대 인생의 목표가 되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차츰 내 소설이나 그림, 영화를 보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 그렇게 읽고 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 동안 내 창작물에 시간을 투자해 주고 나와 잠시나마 호흡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작품을 접한 분들은 비평은 해도 맹목적인 비난은 하지 않더라.”
실제 대중이 구혜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엄친아, 엄친딸이란 수식어에는 부러움과 시샘이 동시에 내포돼 있는 것처럼 얼짱으로 시작해 드라마도 흥행하고 거기에 못하는 게 없을 것만 같은 예술적인 끼를 잔뜩 겸비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질투심을 넘어 얄미워 보이기도 할 테니까. 이는 구혜선의 예술적 감각이나 실력에 대한 더욱 냉정한 평가 내지는 이유없는 혹평으로도 이어진다.
구혜선도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중에게 ‘구혜선’ 하면 정확히 반반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딱 중간은 없더라. 좋으면 정말 좋고 싫으면 그냥 너무 싫은거다. 나를 롤모델로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살지?’하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그런데 난 그게 정말 좋다. 댓글도 잘 보는 편인데 나란 똑같은 사람을 놓고 각자 다르게 보는 게 참 신기하고 그걸 보며 공부가 될 때가 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내가 몰랐던 나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구혜선은 또 다시 다방면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싱글 ‘그건 너’를 조금 더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고, 오는 1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개인 그림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서의 더욱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
또 얼마전에는 새로운 영화 시나리오의 집필도 마쳤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제목은 ‘소주의
상식’이다. 어쩌다 보니 내가 만든 영화들은 죄다 우중충했던 것 같은데 원래는 따뜻하고 재밌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이에 이번 작품을 통해 로코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정말 이상한 여자 소주와 보통 남자 상식이의 연애 스토리를 담았는데 내년 중에는 새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도 덧붙였다. 구혜선은 “연출과 연기,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연출을 하면서 연기도 더 하고 싶어지더라. 그 전엔 직업 정신에 투철하게 연기에 임했다면 지금은 연기의 진짜 재미를 알 것도 같다. 이에 연기자 구혜선도 아직 진행형이다.”
[구혜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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