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운드 지배자가 안 보인다.
정규시즌이 약 80% 진행됐다. 상위권 순위다툼만큼 개인타이틀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마운드 쪽이 그렇다. 탈삼진 159개로 선두를 달리는 레다메스 리즈(LG) 정도를 제외하곤 누가 타이틀 홀더가 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리즈는 탈삼진 부문서 2위 크리스 세든(SK)의 140개에 19개 앞섰다.
▲ 치열한 접전, 안개 속에 가린 타이틀 홀더
나머지 부문을 살펴보자. 다승은 배영수(삼성), 쉐인 유먼(롯데)이 13승으로 선두를 달린다. 3위 세든이 12승으로 바짝 뒤쫓는다. 평균자책점은 찰리 쉬렉(NC)이 2.60으로 선두다. 2.66의 세든이 역시 바짝 뒤쫓는다. 세이브는 39개의 손승락(넥센)이 선두다. 봉중근(LG)이 34개로 뒤쫓는다. 다른 부문에 비해 선두와 2위의 간극이 크지만, 그렇다고 손승락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홀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한현희(넥센)와 이동현(LG)이 23개로 공동선두다. 승률은 100%의 봉중근이 81.3%의 배영수와 유먼에게 살짝 앞서고 있는데, 규정상 10승을 채운 투수로 한정한다. 봉중근은 아직 7승. 그가 잔여경기서 3승을 챙기지 못할 경우 이미 10승을 채운 배영수와 유먼이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결국 탈삼진 정도를 제외하면 누구도 투수 부문 타이틀 홀더를 안심하기 이르다. 확실하게 치고 나간 투수가 없다.
▲ 2013년 MVP 후보, 투수는 쏙 들어갔다
올해 정규시즌 MVP는 박병호(넥센), 최정(SK), 최형우(삼성)의 3파전 양상이다. 박병호는 27홈런(1위), 90타점(1위), 75득점(1위), 출루율 0.433(1위), 장타율 0.566(2위) 등 무려 4개 부문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최정은 26홈런(2위), 69득점(5위), 출루율 0.433(2위), 장타율 0.567(1위)을 기록 중이다. 최형우는 24홈런(3위), 85타점(2위), 134안타(2위), 장타율 0.542(3위)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가 근소한 우위를 지닌 가운데 최정과 최형우가 바짝 뒤쫓는 형국.
이들 3인방은 도루, 득점 정도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형성했다. 압도적인 기록을 거둔 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반면 투수 중에선 확실하게 전 부문을 평정한 투수가 없다. 세든이 상당수 선두권이지만, 확실하게 선두를 점령한 부문은 없다. 지난 31년간 투수 MVP는 12차례 나왔다. 아무래도 홈런, 타점 등 화려함에 가렸고, 보직이 구분돼 있어 다관왕 탄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올 시즌엔 유독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투수 중에서 MVP로 거론할만한 후보가 안 보인다. 류현진이 떠난 뒤 국내 마운드는 확실히 지배자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구단이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으나 효자 노릇을 하는 투수는 많지 않다. 3~5선발을 차지한 국내 투수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 실력으로 에이스 자리를 꿰찬 투수가 잘 안 보인다. 이는 올 시즌 리그가 타고투저로 이어진 원인이 됐다.
▲ 용병 농사는 갈수록 힘들고, 쓸만한 뉴 에이스도 안 보인다
외국인투수 선발의 어려움. 이미 수 차례 보도됐다. 이런 양상은 쉽게 반전되지 않을 조짐이다. 국내 타자들의 컨택트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데다 국내 구단들의 전력분석이 활발하고 집요한 특성상 장점도 단점에 가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서도 호평받았는데 국내리그서 호되게 당한 투수가 한 둘이 아니다. 점점 더 스피드, 제구력, 변화구, 주자견제 능력이 좋은 투수를 원할 수밖에 없는 흐름. 이런 완벽한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한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딜레마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래도 외국인 선발투수 유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유가 있다. 국내 투수들의 실력이 외국인투수를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평균자책점 선두 유희관(두산, 3.17), 2위 이재학(NC, 3.30), 다승 선두 배영수, 우규민(LG), 노경은(두산) 등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은 아니다. 김광현(SK)이 부활하며 10승을 거뒀지만, 아직 예전 전성기의 아우라를 100% 회복한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이후 윤석민(KIA)과 오승환(삼성)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윤석민은 2011년 투수 부문 4관왕 이후 주춤하지만, 그래도 국내 토종 톱클래스 투수로 분류된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마무리 오승환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지배자의 잠재력을 지닌 두 투수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한국 마운드를 이끌어갈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 3회 연속 노메달에 그친 청소년대표팀.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투수들 역시 일본 타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프로 적응 및 롱런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고교야구는 투고타저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데, 투수들의 활약 속엔 나무 배트에 적응하지 못한 타자들의 더딘 성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다. 결국 배영수, 손민한(NC), 박명환에서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 윤석민으로 이어진 토종 에이스 삼총사 계보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리그를 압도하는 외국인 에이스의 기세도 주춤하다.
2013년 국내 마운드. 지배자가 안 보인다. 향후 딱히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지금 국내야구는 일본야구 24연승 기록을 쓴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19승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가 부럽기만 하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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