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목동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린다면.
넥센은 올 시즌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11일 현재 5위 SK에 4경기 앞선 4위. 4연승을 내달린 SK의 상승세도 대단하지만, 넥센 역시 최근 4연승으로 상승세다. 넥센이 17경기, SK는 21경기를 남겨뒀다. 넥센은 급격한 내리막만 타지 않는다면 4위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선두 LG와의 격차가 3경기로 더 작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10일 우천 취소된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4강 확정을 하는 게 목표다.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8~10경기서 승부가 난다.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하지만, 염 감독이라고 해서 왜 포스트시즌에 대한 구상이 없겠는가. 넥센에 기분 좋은 가정을 해보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 넥센도, 염경엽 감독도 특별한 포스트시즌
넥센은 나머지 8개구단과 모태가 다르다. 모기업에서 예산을 받아쓰는 게 아니라 네이밍 마케팅과 수많은 서브 스폰서로 직접 수익을 창출한다. 구단 명은 히어로즈. 어느덧 창단 6년차. 그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담배가 시즌 중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현금 트레이드 논란도 있었다. 히어로즈는 오늘날 팬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모든 프로야구단의 궁극적 목표는 우승.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않고선 한국시리즈 우승은 꿈꿀 수 없다. 좋은 성적은 곧 구단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좋은 스폰서십으로 이어진다. 넥센으로선 기분좋은 선순환. 넥센이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프로야구단의 새로운 모델이 마침내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염경엽 감독에게도 특별하다. 염 감독은 “선수, 프런트로서는 포스트시즌을 겪어봤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첫 포스트시즌”이라고 했다. 넥센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선다면 염 감독은 선수-프런트-지도자 신분으로 각각 따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국내 최초의 야구인으로 기록된다. 염 감독은 과거 현대에서 선수와 프런트로 포스트시즌을 맛봤다. 그러나 LG 수비코치 시절, 넥센 주루코치 시절 모두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멀었다.
▲ 국내야구, 사상 첫 포스트시즌 서브웨이 시리즈?
미국 메이저리그엔 ‘서브웨이 시리즈’가 매년 열린다. 1956년 뉴욕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가 시초였다. 이후 2000년에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를 치르면서 44년만에 서브웨이 시리즈를 치렀다. 뉴욕 시민들은 지하철로 양팀의 홈구장을 오갈 수 있었다. 인터리그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서브웨이 시리즈는 라이벌 의식과 희소성이 결합해 흥행 빅 카드 노릇을 톡톡히 했다.
메이저리그는 1997년 인터리그를 시작했다. 올 시즌엔 시즌 내내 인터리그가 열렸다. 아무래도 지금은 서브웨이 시리즈에 대한 특수성이 희석됐지만, 포스트시즌 맞대결이라면 의미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국내야구도 2008년부터 목동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매년 목동과 잠실을 오가는 서울 서브웨이 시리즈가 열렸다. 하지만, 넥센이 그동안 단 한차례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고전적 의미의 서브웨이 시리즈는 성사되지 않았었다.
올해 목동구장에서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이 열린다면 한국 야구사에도 의미가 크다. 마침 잠실구장을 연고로 하는 LG와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사실상 확정적이다. LG와 두산이 2000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만에 ‘덕아웃 시리즈’를 치를 확률보다 산술적으로 넥센이 LG 혹은 두산과 서브웨이 시리즈를 치를 확률이 더 높다. 수도 서울에서 펼쳐지는 포스트시즌 서브웨이 시리즈. 서울 야구 팬들로선 흥분 되는 일이다. 무수한 스토리텔링 양산이 기대된다.
▲ 초보사령탑 염경엽 감독, 정규시즌과 PS가 다르다는 걸 안다
염 감독은 “4위를 확정해야 그 다음을 바라볼 수 있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 구상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슬그머니 속내도 털어놨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각 보직에 몇 명 정도를 넣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다”라고 했다. 감독이라면 당연히 이런 구상을 하게 된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다르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을 정규시즌 치르듯 하면 필패 한다는 것. 상대가 새로운 전략, 확률 높은 전략을 갖고 나온다면 당연히 정규시즌과 다른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역사가 말해준다. 정규시즌보다 좀 더 수준 높고 정교한 전략이 있는 팀이 포스트시즌서 웃었다. 지난해 번트 시프트, 50%와 100% 수비로 SK의 득점 확률을 떨어뜨린 삼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염 감독은 “운영팀장, 전력분석원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을 치러봤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지 안다”라고 했다. 4위만 확정한다면 곧바로 포스트시즌 모드에 돌입할 것이란 암시. 염 감독은 “4강을 확정하면 휴식을 줘야 할 선수에겐 주고, 포스트시즌 맞춤형 전략도 짜야 한다”라고 했다. 초보 감독이 포스트시즌서 실패했던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나선다면, 흥미로운 가을 밤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목동구장(위), 염경엽 감독(가운데), 넥센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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