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김구라 전성시대 [추석특집]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케이블채널 tvN '현장 토크쇼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퍼펙트싱어 VS',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까지 방송인 김구라가 현재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추석 연휴에도 MBC 파일럿프로그램 '위인전 주문 제작소' MC로 모습을 비춘다.

가히 김구라 전성시대다. 김구라가 잘나가는 이유는 특유의 직설적인 진행 스타일 덕분이다. 오히려 환하게 웃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뭔가 마뜩잖은 표정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들, 진짜 시청자들이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진다. 연예인들에게도 화려하거나 우아한 모습이 아닌 가식 없고 더 인간다운 민낯을 요구하는 최근의 분위기도 김구라의 MC 활약에 도움을 줬다.

막말 파문으로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으나 자숙의 시간을 거친 뒤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모습이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며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또 정치와 연예를 막론하고 독설 캐릭터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썰전' 출연이 주요했으며, '라디오스타' 복귀가 녹록지 않았던 게 도리어 그의 '라디오스타' 복귀를 염원하는 여론 형성의 촉발제가 됐다. 실제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 돌아온 후 별다른 적응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도 기존 MC들과의 융화를 통해 프로그램 특유의 독설 콘셉트를 한층 강화하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러한 김구라의 선전은 개그맨 유재석과 함께 2강으로 꼽히던 방송인 강호동의 고전과 맞물리며 예능 MC 판도의 변화로 읽힌다. 유재석이 굳건한 1강이라면, 강호동은 뒤처지고 김구라가 바짝 치고 올라오는 추세로 볼 수 있다. 특히 유재석은 '배려', 김구라는 '독설'로 대표되듯 두 사람의 진행 스타일이 워낙 달라 양립이 가능하단 점에서 김구라의 지금 같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유재석과 함께 2강으로 분류될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구라의 활약이 앞으로도 이어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 중 토크쇼만 '라디오스타', '화신', '현장토크쇼 택시'까지 3개인데, 토크쇼가 김구라의 독설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장르이긴 하나 비슷한 독설 진행이 프로그램만 바뀌어 반복됨으로써 자칫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구라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디까지 자신의 활약을 이어갈지 지켜볼 만하다.

[방송인 김구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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