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스트시즌 기분이네요.”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건 지난 22일 창원 NC전이었다. 1주일이 흘렀다. LG는 이후 3경기를 치러 1승2패를 거뒀다. 전반적으로 최근 LG의 덕아웃 분위기는 차분하다. 최근 경기력이 한창 좋았던 7~8월에 비해선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잔여경기 결과에 따라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볼 수도 있고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느낌이 역력하다.
마무리 봉중근도 “확실히 포스트시즌 진출한 팀 분위기답지 않게 너무 차분한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감지한다. “아무래도 요즘은 포스트시즌 기분이 든다. 삼성, 두산, 넥센하고 할 땐 포스트시즌 같다”라고 했다. LG 야구가 과거엔 추위를 맞이하며 마무리 훈련을 구상했다면, 올해는 포스트시즌을 바라본다. 적당한 긴장감과 압박감이 LG 덕아웃에 감돈다.
▲ LG, PS 진출했는데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봉중근을 29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만났다. 봉중근은 최근 LG 분위기를 두고 “잘했는데 처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지만, 최근 게임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타선이 침묵하면서 29일 직전까지 5경기서 1승4패였다. 28일 넥센에 패배하면서 팀 분위기가 더 가라앉은 것 같다는 설명. 어쨌든 LG는 29일 잠실 삼성전을 잡으면서 대역전 정규시즌 우승 꿈을 이어갔다. 지금은 LG 선수단 분위기가 좀 좋아졌을 것이다.
봉중근은 “LG가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최근 10년 중에 제일 잘한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요즘 너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선발투수들도 1~2점을 주면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봉중근은 9월 팀이 살짝 주춤한데다 선두 다툼이 워낙 치열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선수들을 안타까워했다.
봉중근은 “차명석 코치님이 그랬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정말 잘 보낸 시즌이다.’ 차 코치님이 잔여 경기는 편안하게, 다치지 말고 끝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봉중근도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는데, “선수들은 승부욕이 남아있다. 1위가 보이는 상황이니”라고 웃었다. 어쨌든 봉중근에 따르면 LG는 요즘 강팀이 받는 일종의 시즌 막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하다. 이것 역시 LG의 달라진 풍경이다.
▲ 포스트시즌 기분이네요
봉중근은 “포스트시즌 기분이네요”라고 했다. 특히 최근 삼성, 넥센, 두산전은 더더욱 그랬다고 했다. 봉중근은 “삼성이 확실히 포스트시즌처럼 세게 나온다. (장)원삼이가 145km를 빵빵 뿌리더라. 최근 두산, 넥센전도 포스트시즌 기분 속에서 치렀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포스트시즌 기분에 대해 “절대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단기전은 내일이 없는 초긴장모드 속에서 치러진다. 봉중근은 요즘 LG 선수들이 그런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봉중근은 LG의 가을야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내심 궁금해했다. “4~5명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본다”라고 했다. 봉중근 역시 가을야구 경험이 있다. 메이저리거 시절 포스트시즌을 치러봤다. “애틀란타 시절이었다. 2003년이었는데 디비전시리즈서 시카고 컵스에 3연패했다”라고 회상했다. 봉중근은 “당시 애틀란타 타선이 정말 좋았는데 컵스 캐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에게 꽁꽁 묶였다”라고 돌아봤다.
봉중근은 포스트시즌이 정규시즌과 다르다는 걸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눈치였다. “포스트시즌에 가면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들뜨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LG 투수들 중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는 베테랑 류택현, 이상열, 봉중근, 정현욱 정도를 제외하곤 없다. 요즘 LG는 미리 포스트시즌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막상 포스트시즌에 가면 봉중근 같은 베테랑들 역할이 커지게 돼 있다.
▲ 11일 개점휴업? 가을야구 준비 끝
봉중근은 17일 인천 SK전서 세이브를 따낸 뒤 11일간 개점휴업했다. 경기 일정도 드문드문했고, LG가 최근 승수쌓기가 지지부진 하면서 세이브를 따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개점 휴업 후유증이 있었던 걸까. 봉중근은 29일 잠실 삼성전서 1이닝 2피안타 1실점하며 진땀 세이브를 거뒀다. 박석민에게 솔로포 하나를 맞았고, 2사 2,3루 동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확실히 제구나 구위 모두 최상은 아니었다.
봉중근은 “그 사이 3번 정도 불펜 피칭을 했다”라고 했다. 김기태 감독도 29일 경기 전 “몸엔 아무런 이상 없다. 오늘은 나간다”라고 했다. 오승환도 손아섭에게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봉중근 역시 인간이니 열흘 넘게 실전등판을 하지 않으면 투구밸런스 혹은 투구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날 봉중근의 투구도 그런 점을 감안하면 될 것 같다.
LG는 포스트시즌서 봉중근이 경기종료 차임벨과 함께 마운드에 서 있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봉중근은 요즘 그런 느낌과 기분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LG 선수들 역시 포스트시즌 기분을 알아가거나 찾아간다.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으나 들뜨지 않는다. LG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봉중근의 눈에 비친 시즌 막판 LG 야구. 확실히 예년과는 풍경이다.
[봉중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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