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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릭 밴덴헐크(삼성 라이온즈)의 진정한 가치, 승수만 보고 알아내기는 어렵다.
밴덴헐크는 1일 대전 한화전서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3피안타(1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 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7승(9패)을 올리며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퀄리티스타트는 15차례인데 반해 승수는 이에 절반도 안 되는 7승뿐이다. 평균자책점은 3.95로 아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준수하다. 하지만 승이 아닌 패(9패)가 더 많았다.
상세 기록을 살펴보자. 밴덴헐크는 충분히 성공적인 국내 무대 첫 시즌을 치렀다. 선발 등판한 24경기 중 17경기에서 6이닝 이상 소화했다. 비율로 따지면 70.83%에 달한다.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경기도 8경기다. 이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2경기 성적도 각각 6⅔이닝, 7⅔이닝 4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또한 143⅔이닝 동안 볼넷 허용은 48개. 2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서 3볼넷 이내로 선방하며 깔끔한 제구를 뽐냈다. 탈삼진은 볼넷 수의 3배에 가까운 137개. 피안타율(0.238)과 WHIP(1.22)도 준수했다.
밴덴헐크의 활약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또 있다. 냉정히 말해 삼성의 올 시즌 외국인선수 농사는 실패다. 이미 퇴출된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와 에스마일린 카리대 모두 기대 이하였다. 1군 11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로드리게스는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인 끝에 짐을 쌌다.
로드리게스의 대체선수로 입단한 카리대 또한 1군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27.00의 성적만 남긴 뒤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에 따르면 카리대는 지난달 25일 SK와의 퓨처스 등판서 65구를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도중 타구에 팔 부위를 맞아 교체됐고,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밴덴헐크마저 신통치 않았다면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도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밴덴헐크는 꾸준했다. 특히 1일 한화전은 그에게 많은 의미를 남긴 한판이었다.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했고, 포수 이정식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류 감독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정식이가 밴덴헐크와도 호흡이 괜찮으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수 3명을 넣을 수도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
이날 밴덴헐크는 자신의 가치도 높이고, 이정식까지 빛낸 한 일석이조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 154km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기막혔다. 2회까지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낸 결정적 이유다. 4회까지 87구를 던진 탓에 조기 강판 우려도 있었으나 5회와 6회 2이닝을 19구로 막아내며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을 선보인 점도 포스트시즌을 기대케 하는 대목.
삼성은 1일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 확정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올리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확정이다. 여기에는 밴덴헐크의 공도 적지 않다. 불운 속에서도 꾸준히 동료들을 믿었고,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게 원하던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강속구를 뿌릴 밴덴헐크의 모습이 기대된다.
[삼성 라이온즈 릭 밴덴헐크가 역투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밴덴헐크가 박석민(왼쪽)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 = 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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