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스트시즌과 경험. 정말 상관관계가 있을까.
야구 전문가들은 말한다.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천치차이다.” 실제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팀,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저력이 있다. 삼성이 강자로 군림하는 것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고비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꼽힌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팀과 선수는 확실히 정규시즌과 다른 포스트시즌서 허둥대는 케이스가 많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과 경험이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들린다. 포스트시즌을 많이 겪어본 두산 홍성흔은 “포스트시즌은 경험과 전혀 상관 없다. 많이 뛰어본 선수나 그렇지 않은 선수 모두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했다. 김현수도 “큰 경기서는 즐기자고 하지만, 절대 즐기지 못한다.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 PS 첫 경험 넥센, PS 단골 두산을 누르다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인 넥센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두산을 눌렀다. 넥센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인 팀답지 않게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희생번트, 도루, 희생플라이 등 기본적인 플레이를 착실하게 해내며 점수를 쌓았다. 반면 두산은 1회부터 보이지 않는 수비 실수가 나왔다. 스퀴즈는 실패로 돌아갔고 도루에도 실패했다.
넥센은 확실히 잘 정비된 팀이다. 정규시즌 막판 5연전을 포스트시즌 모드로 치르며 피로가 누적됐지만,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확실히 넥센의 체질을 개선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몫을 해내는 선수가 많아졌다. 염 감독 특유의 시스템야구가 자리매김한 결과다. 적어도 포스트시즌 1차전서는 큰 경기 경험 부족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반면 김현수와 홍성흔의 말에 따르면, 1차전 두산의 패배는 포스트시즌 경험의 유무보단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두산 역시 정규시즌 막판 일정은 여유가 있었지만, 여느 시즌보다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면서 예년만큼 포스트시즌 준비를 확실하게 하지는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물론 넥센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두산으로선 아쉬운 1차전이었다.
▲ 넥센의 포스트시즌이 흥미로운 이유
준플레이오프 1차전만 보면 포스트시즌은 더 이상 경험이 모든 걸 지배하는 무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과 경험은 이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그건 딱히 그렇다고 말 할 순 없는 것 같다. 넥센 역시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여전히 세부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승리에 덮여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예를 들어 3-2로 앞선 9회초 2사 1루에서 마무리 손승락이 정수빈에게 중견수 이택근의 키를 넘기는 1타점 동점 2루타를 맞았을 때, 중견수 이택근의 수비 위치는 약간 앞으로 당겨져 있었다. 다른 외야수 역시 백업플레이 준비가 더뎠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벤치가 중견수의 수비위치를 조정했어야 했다”라며 손승락의 블론세이브가 자신의 탓임을 강조했다.
아무래도 경기 막판 1점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선 짧게 끊어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도 외야수비를 극단적으로 당기기가 쉽지 않다. 경험이 많은 팀은 순간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어도 서로 얘기를 해주면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넥센 주전 중에선 그 정도 경험이 있고 여유가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감독이 세밀하게 지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염 감독은 1차전을 잘 풀었다. 그러나 경기막판 한 차례 실수로 경기를 꼬이게 했다는 걸 자책한 건 도저히 초보감독답지 않은 부분이었다.
넥센이 포스트시즌=경험이란 등식을 파괴했는지는 결국 이번 포스트시즌을 다 치러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만 놓고 보면 포스트시즌 경험 없이도 철저한 준비로 상대를 눌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하나. 염경엽 감독은 빠르게 투수를 교체하는 등 정규시즌과 다른 경기운영을 했으나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겐 평상시대로 움직이길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포스트시즌 초보 넥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