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병상련이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12일 4차전을 앞뒀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모양새. 넥센이 2승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넥센과 두산 모두 고민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핵심은 비슷하다.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여전히 넥센이 유리하지만, 선수들과 팬들의 체감으로는 최종승자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 여전히 완전하지 않은 타선
두 팀은 11일 3차전을 앞두고 타순을 교체했다. 넥센은 1~2차전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5번 강정호-6번 김민성 조합을 정규시즌 때처럼 5번 김민성-6번 강정호로 바꿨다. 이택근을 지명타자로 돌리면서 기존 지명타자 이성열을 뺐고, 유한준과 문우람을 동시에 기용했다. 이 조합은 꽤 성공적이었다. 5번으로 돌아온 김민성이 동점 스리런포 포함 3안타를 날렸다. 문우람도 안타 2개를 때렸다.
두산은 김현수를 4번타자-1루수로 배치하는 걸 드디어 포기했다. 민병헌, 정수빈을 동시에 활용해 기동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1루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김현수가 타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최준석을 4번 1루수에 넣었고, 김현수는 익숙한 3번 좌익수로 돌아갔다. 정수빈은 벤치대기. 성공했다. 최준석은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장타고민을 해결해줬다. 홍성흔마저 대포를 신고했다. 3번으로 돌아간 김현수도 9회 2루타 한방을 날렸다.
그래도 두 팀의 타선이 시원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장타력 1위의 두산과 홈런 1위 넥센 타선다운 펀치는 제법 회복했지만, 끈질기게 이어주고 해결하는 응집력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두 팀은 연장전서 10회말을 제외하곤 매 이닝 최소 주자 1명을 출루시켰다. 여기에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도 간간히 곁들여진 상황. 그럼에도 두 팀 타선의 응집력은 매우 낮았다. 11일 연장 14회 4시간 43분 혈투를 치른 뒤 12일 낮 2시게임이다. 선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가 4차전서도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겨우 버텨내는 위태로운 불펜
3경기 모두 다득점이 나오진 않았으니 불펜이 잘 막아줬다고 보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눈에 띈다. 3경기에 나선 6명의 선발투수 중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한 투수는 넥센 오재영이 유일하다. 오재영도 5이닝 3실점으로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냈다.
이후가 문제다.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 두산은 정재훈을 마무리로 쓰고 있지만, 사실상 윤명준, 홍상삼과 3인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한 느낌이다. 2~3차전서 오현택, 2차전서 김선우를 활용했으나 크게 재미도 보지 못했고 실패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3차전서 윤명준이 3이닝 무실점으로 기력을 차렸고, 변진수와 오현택이 5이닝 합작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진욱 감독도 감을 잡았는지 “구위가 좋은 투수를 길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불펜을 운용하겠다”라고 했다.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을 3차전서 아낀 게 수확이다. 오재영이 내려간 뒤 6명의 투수가 8이닝을 분담했다. 구원으로 돌린 강윤구 카드도 적중했고, 필승맨 한현희의 투구내용도 좋았다. 염경엽 감독은 “다음 경기를 대비해 몇몇 투수들에겐 긴 이닝을 맡기지 않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넥센과 두산 모두 11일 경기서 불펜 투수를 상당히 소모하는 바람에 12일 4차전 부담은 커졌다. 11일 2~3이닝을 던진 투수들의 12일 가동은 힘들다. 불펜 투수들도 이젠 슬슬 지쳐간다. 4차전 선발투수 문성현과 이재우가 이닝이터가 아닌만큼, 이날 승부의 향방은 누구도 알 수 없다.
▲ 6시-2시게임, 극심한 체력소모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1차전 오후6시, 2차전 오후2시, 3차전 오후6시, 4차전 오후2시 스케줄이다.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겨운 스케줄이다. 보통 정규시즌에서도 6시경기 다음날 2시에 경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힘을 분배하지 않고 총력을 쏟아야 하는 포스트시즌서는 더더욱 체력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11일 경기는 연장 14회까지 갔고 밤 10시 44분에 끝났다. 선수들은 약 14시간만에 잠도 자고 밥도 먹은 뒤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경기 전 연습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선수들의 휴식은 약 10시간 정도로 제한된다. 밤 늦게 게임을 마친 뒤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 스케줄이다. 두 감독은 나란히 “훈련 스케줄을 조정할 것이다”라고 했다. 휴식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날 두 팀은 4차전을 앞두고 간단한 스트레칭 및 훈련만을 치르고 곧바로 경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체력적으로 힘겨울 땐 훈련도 능률이 떨어지게 돼 있다.
결국 넥센과 두산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넥센은 1경기만 이기면 되고, 두산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지만, 양팀 모두 1승 추가가 쉽지가 않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는 LG만 웃고 있다.
[넥센-두산 준플레이오프 3차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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