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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만나기 전까지 배우 김소연은 조용하거나 차분한 성격의 사람일 것만 같았다. 주로 그의 작품에서 봐왔던 이미지가 그랬다. 다만 그를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말 예의 바르고 착한 성품"이라고 했기에 조금은 이미지와 다를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MBC 드라마 '투윅스' 종영 후 김소연은 몇 날 동안 30군데가 넘는 매체와 1대1 인터뷰를 계획했었고, 김소연을 만나던 날은 그날의 인터뷰 일정의 마지막 시간대였다. 그래서 다분히 '지쳐있겠지'란 생각을 하며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김소연은 앞선 인터뷰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로 가 명함을 건넸더니 높고 경쾌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하길래 덩달아 거기에 맞춰 연거푸 인사를 나눴다. 눈망울이 유난히 컸고 밝게 울리는 목소리는 1시간 정도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하하하" 하고 웃어 댔다.
'투윅스'의 여독이 아직 남아있을 법한데, 인터뷰 일정이 힘들지는 않냐고 했더니 "아니요. 그만큼 사랑 받았으니까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거라 남달라요"라고 했다.
"워낙 밝은 걸 좋아해요"라고 한 김소연은 작품에 들어갔을 때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흔히 '연예인 밴'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차량 안이라고 했다. "촬영장에 있을 때에도 밴에 있을 때만큼은 가장 원초적인 제 모습이잖아요. 전 그 순간에 저희 스태프들과 함께 즐겁게 있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했다. 그의 스태프는 김소연을 "워낙 에너지가 넘친다"고 했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김소연은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내가 많이 변한 것 같아'란 생각을 했다. 그동안 김소연에게 레드카펫은 단지 '떨리는 길'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레드카펫을 걷던 자신의 영상을 보면 손도 흔들고 포즈도 취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떨었단다. "어떤 배우 분들은 레드카펫 위에서 여유가 있고 자신감이 있는 거예요. 자신감 있는 척이 아니라"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조금 달랐다. 그의 어머니는 여기저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카메라를 향해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자신의 딸을 보고 "부산 여자 시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김소연은 "저도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신기했거든요. 걸으면서도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 포즈를 취하고, 예전에는 들리지 않던 '여기 봐주세요!'란 소리에 제가 반응하는 거예요. 구두 굽이 15cm라서 넘어질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정말이지 레드카펫을 걷는 내내 통굽으로 바뀐 듯했어요. 어찌나 편하던지.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아, 내 안에 뭔가 변화가 왔구나' 싶었죠"라고 했다.
2010년 SBS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에서도 소현경 작가와 함께했던 김소연은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 소현경 작가를 두고 연신 "대단하신 분"이라고 감탄했다. '검사 프린세스' 이후에도 소현경 작가의 작품을 갈망했다는 김소연은 소현경 작가가 자신을 선택해줬을 때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절 찾아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투윅스'에 대해선 "너무 짜릿했던 드라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드라마"라고 했다. 스스로 박재경 검사에 몰입하는 바람에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보다 과잉되어 표현된 게 아쉽다고는 하지만 '투윅스'를 지켜본 시청자라면 김소연의 연기가 '투윅스'를 '명품 드라마'로 만드는 데 큰 기둥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래서 시청률 얘기를 꺼내자 김소연은 "아쉬웠어요"라며 "진짜! 진짜! 진짜 아쉬웠어요!"라고 했다. "'이 정도면 만족해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좋은 드라마, 자부심 느끼는 드라마였고,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도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좀 더 시청률이 나왔어야 했어요. 흔치 않은 드라마 아닌가요? 14일이란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표현하고, 어떻게 보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김소연이었다. 그래도 "'투윅스'는 본방송으로 볼 때의 짜릿함이 있어요. 못 본 분들이 오히려 아쉬울 걸요"하며 당당하게 말하는데, '투윅스'의 숨 막히던 전개를 지켜봤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도 진짜 하고 싶어요. 저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하고 싶어요"라면서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던 김소연은 '검사 프린세스' 때를 회상하며 "행복했고, 밝은 걸 하니까 밝은 기운이 더 발산되는 것 같아요. 한번 더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오랫동안 배우란 이름, 탤런트, 연예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단 게 감사해요. 그 모든 순간이요. '남들처럼 평범한 삶이 아쉽다'란 생각은 하면 안 되고, 그건 사치인 것 같아요. 제가 이런 길을 걸어왔기에 제 능력보다 더 많은 걸 얻었어요. 그런 게 정말 감사한 일이고, 그래서 제가 앞으로 배우로서 보답하는 일이 제게 남아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소연. 사진 = 나무엑터스-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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