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사인 안 냈다.”
31일 대구구장. 삼성 덕아웃에선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5-5 동점이던 8회 무사 1루 상황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성공한 정병곤이 화제였다. 정병곤이 올 시즌 1군에서 몇 경기 나오지도 못한 백업 내야수이고 한국시리즈가 처음이기에 승부처에서 그런 대담한 작전을 과감하게 성공한 게 놀라웠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정병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가 성공돼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정형식의 희생번트에 이어 1사 2,3루 찬스에서 박한이의 2타점 우전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돌이켜 보면 정병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삼성은 이날 6차전 성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류중일 감독, 김용국 수비코치, 김재걸 3루 베이스 코치는 “사인은 없었다”라고 했다.
상황은 이렇다.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정병곤은 류 감독의 희생번트 사인을 받고 곧바로 희생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두산 3루수 허경민이 전진대시했다. 1루수 오재일도 만약에 대비해 몇 발짝 앞으로 대시했다. 완벽한 100% 압박수비는 아니었다. 정병곤이 번트를 댈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곧바로 1루 대주자 강명구를 2루에서 처리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정병곤이 두산 내야진의 움직임을 보고 곧바로 눕혔던 방망이를 세워 타격해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손시헌이 혹시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가능성에 대비해 뒤늦게 타구를 쫓았으나 정병곤의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외야로 빠져나갔다. 두산 내야진은 멘탈붕괴였다. 큰 경기 경험 없는 정병곤이 그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의 판단이었다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류 감독은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잘 했다”라고 했고, 김재걸 코치도 “작전을 따로 내지 않았다”라고 했다. 김용국 수비코치는 “본인이 잘 했다”라면서도 “만약 라인 드라이브가 됐다면 그대로 더블플레이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압박 수비 상황에선 어지간하면 병살타 확률은 낮다. 하지만, 라인드라이브 가능성은 있기에 공격 입장에서도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가 결코 쉬운 작전이 아니다.
삼성은 정병곤의 재치로 결국 한국시리즈를 대구 6차전으로 몰고왔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벼랑 끝이다. 2승3패. 이날 무조건 이겨야 내달 1일 7차전을 치를 수 있다.
[정병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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