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해태왕조도, 현대왕조도, SK왕조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1986년~1989년 해태는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해태 멤버는 살벌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은 1988년이 유일했다. 이후 1996년~1997년 해태, 2001년~2002년 삼성, 2003년~2004년 현대, 2005년~2006년 삼성, 2007년~2008년 SK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엔 실패했다. 통합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어김없이 이듬해 정규시즌 우승부터 실패했다. 심지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한 팀도 있었다. 왜 그럴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FA로 선수이동이 잦다. 매년 전력 변동 폭이 심하다. 강팀이 3년 연속 최강자 위치를 지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여기에 승부의 세계란 최강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가뜩이나 매년 최강자들은 한국시리즈까지 극도의 긴장과 피로, 부상과 싸운다. 도전자들의 거센 도전과 우승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피로와 후유증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았다. FA제도 도입 이후 팀들의 전력 등락 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최강자가 정상에 머무르는 한계를 2연패라고 봤다. 역사가 그걸 증명했다.
삼성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FA로 풀린 정현욱이 LG로 이적했고, 권오준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아웃 됐다. 안지만도 간단한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면서 훈련량이 부족했다. 여기에 지난해 25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듀오(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데려온 새로운 외국인투수들의 합작 승수는 10승(릭 밴덴헐크,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에스마일린 카리대)에 불과했다. 2013년 마운드 왕국 삼성의 명성은 많이 흔들렸다. 팀 평균자책점 3.98로 4위에 불과했다.
지난 2년에 비하면 시즌 중 불의의 부상 및 후유증으로 이탈했던 선수도 많았다. 조동찬, 채태인, 강명구, 김상수, 배영섭, 이승엽, 안지만, 심창민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즌 도중 1군 엔트리 말소를 경험했다. 특히 LG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했던 후반기 들어 연이어 부상자가 발생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시즌 막판 조동찬, 채태인, 배영섭의 연쇄 장기결장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었다. 심지어 한국시리즈서는 김상수와 조동찬마저 부상으로 빠졌다.
삼성의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진 상황. 여기에 LG와 넥센의 상승세가 너무나도 거셌다. 포스트시즌서는 두산이 예상 외로 거세게 나왔다. 두산은 생각보다 강했다. 계투진이 변칙운영에 내성이 생길 정도였다. 야수진 역시 두터운 선수층이 있어 부상과 피로에 쉽게 지치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이 4차전까지 경기력이 너무나도 떨어졌다. 타선이 꽉 막히면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러나 삼성은 2013년 보란 듯이 해피엔딩을 일궈냈다. 정규시즌서는 부상자 대신 합류했던 강명구, 김태완, 정병곤, 이상훈. 슈퍼백업 정형식, 우동균 등이 고비마다 힘을 냈다. 지난해 부진했던 채태인과 최형우, 차우찬 등도 일제히 각성하며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팀에 힘을 보탰다. 선발진에선 배영수(14승), 윤성환, 장원삼(12승), 차우찬(10승) 등 2년 연속 10승 투수 4명을 배출했다. 마무리 오승환은 지난해보다 세이브 기회가 적었으나 블론세이브는 단 2회에 그치는 등 여전히 위력을 과시했다. 안지만도 건재했고 심창민은 성장했다.
한국시리즈서는 고비마다 맹타를 휘두른 박한이, 박석민, 채태인의 역할이 좋았다. 이승엽이 끝내 화끈한 일타를 날리지 못했으나 6타전 대역전을 일궈내는 동점타를 터뜨리며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해냈다. 고비마다 소금 같은 활약을 펼친 정병곤, 김태완도 조동찬과 김상수의 공백을 잘 메웠다. 삼성 특유의 시스템야구가 한국시리즈서도 빛을 발했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초반 4경기서 1승3패로 뒤지고도 5~7차전을 내리 따내면서 한국시리즈 3연패와 동시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성공했다. 1승3팀의 리버스 스윕은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다.
쓰러질 듯하면 일어나고, 넘어질 듯하면 다시 달린 삼성은 결국 2013년에도 최후의 순간에 웃었다. 지난 3년간 연이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숱한 고비를 이겨낼 줄 아는 힘이 생겼다. 다른 팀들보다 10분 일찍 준비하고 움직이는 문화, 선배가 후배를 격려하고 후배가 선배를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문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끈끈한 신뢰가 돋보이는 문화 등이 삼성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끈 또 다른 힘이었다.
2013년 11월 1일. 삼성이 국내 최고의 야구명가임을 입증했다. 삼성이 아무리 올해 예전보다 약해졌다곤 하지만, 삼성은 삼성이었다. 그들은 당당히 삼성왕조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2013년 삼성. 먼 훗날 한국야구 역사를 논할 때 영원히 기억될 명가다.
[삼성 선수들. 사진=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