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고양 오리온스의 시즌 초반 행보는 불안했다. 개막 4연패 포함 1라운드를 2승7패로 마쳤다. 2라운드 3경기서 2승1패를 거뒀으나 여전히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다. 추일승 감독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라며 애써 웃었지만, 지금 오리온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던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하다.
불안요소가 극대화됐다. 최진수는 미국에서 어깨 수술과 재활을 하느라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전태풍도 여러 사정상 팀 합류시기가 늦었다. 김동욱도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고 뒤늦게 합류했다. 결혼한 리온 윌리엄스 역시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주전들이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다. 100%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조직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정규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팀 전체적인 공수밸런스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 적극성 잃은 김동욱-최진수, 무너진 오리온스 닥공
오리온스엔 수비보단 공격을 선호하는 선수가 많다. 추 감독도 비 시즌 “올 시즌 컨셉은 공격농구다”라고 잡았을 정도. 올 시즌 초반 저조한 출발은 수비가 뚫린 것보단 강점인 공격력을 더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상 후유증이 있었던 최진수와 김동욱이 경기에서 적극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추 감독은 “진수가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또 다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김동욱은 리온 윌리엄스, 전태풍과 2대2가 가능하고, 최진수도 외곽에서의 움직임이 좋다. 김동욱과 최진수는 상대 수비를 교란할 수 있는 무수한 패턴플레이 발굴이 가능한 옵션이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어정쩡해지면서 전태풍, 리온 윌리엄스의 위력마저 감소했다. 여기에 전태풍이 7일 삼성전서 복부 부상을 입었고 윌리엄스는 최근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다. 공격력이 뚝 떨어졌다. 단순한 플레이, 무리한 플레이만 나왔다. 김승원의 기량 업그레이드도 팀 전체적인 공격력 약화를 막을 순 없었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67.9득점으로 리그 최다 9위다.
▲ 수비 안 되면 못 나간다, 돌변한 추일승 감독
추 감독은 지난 9일 삼성전에 앞서 “요즘 전정규의 출전 시간이 길어졌다. 수비를 죽어라 하니까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첫째도 수비고 둘째도 수비다”라고 했다. 시즌 전에 언급했던 ‘닥공’이란 말이 쏙 들어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시즌 초반 오리온스는 전체적으로 집중력, 의지가 떨어진 모습,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추 감독으로선 농구의 기본인 수비부터 다질 필요가 있었다. 일례로 공격지향적인 전태풍-이현민 투 가드 시스템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신장이 작은 두 사람이 동시에 뛰면 가드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추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용을 늘리겠다”라고 했는데, 한호빈, 성재준, 김승원 등 젊은 선수들은 주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 우선 마인드가 강하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오리온스의 공수 집중력은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9일 KGC와의 홈 경기서도 3쿼터 중반까지 10여점 뒤지다 4쿼터에 KGC를 단 12점으로 틀어막았다. 전태풍 대신 출전한 한호빈이 패기 있는 수비를 펼쳤고, 이현민도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추 감독은 “1~3쿼터까지 수비 집중력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4쿼터엔 집중력 있게 해줬다”라고 했다. 추 감독의 철저한 수비위주 전략이 일단 팀 분위기를 돌려놓는 데 일조했다.
▲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
개막 4연패 이후 4승4패 갈지자 행보.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여전히 불안하다. 추 감독이 수비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오리온스의 수비력은 썩 매끄러운 편이 아니다. 10일 현재 71.1실점으로 최소 4위를 달리고 있으나 SK, 모비스처럼 끈끈한 조직력, 요령에 의한 지능적인 수비력에 의한 결과는 아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심하다. 수비에서 필요 이상의 힘을 쏟으면 공격에도 영향을 받는 방식이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김동욱과 최진수의 몸 상태가 언제 100%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물론 최진수는 최근 적극성을 회복하고 있다. 9일 KGC전서도 경기 종료 59초 전 결정적 3점포 포함 12점으로 오랜만에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살얼음이다. 어깨 통증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도 100% 상태가 아니다. 김동욱은 아예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대부분 팀은 2~3라운드가 지나면 기존의 패턴 혹은 공격 전술을 싹 갈아엎는다. 상대 분석이 됐다고 보고 새 판을 짜는 것이다. 하지만, 오리온스로선 김동욱과 최진수의 경기력이 100%로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상대에 대응할 옵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오리온스와 공동 7위인 동부, 최하위 KGC 역시 주전들의 몸 상태가 회복되고 흐름을 반전할 경우 한번쯤 치고 올라올 힘은 있다고 봐야 한다. 오리온스로선 그때가 또 다른 고비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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