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혹독한 신고식이다.
아시아시리즈 준결승전에 오른 삼성. 조별예선 포르티투도 볼로냐(이탈리아)와 퉁이(대만)전 모두 힘겹게 승리했다. 볼로냐전서는 8회 이승엽의 결승 3점포, 퉁이전서는 10회 대타 우동균의 결승타가 있었다. 타선이 활화산처럼 터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2경기서 중요할 때 5점씩을 뽑아냈다. 특히 퉁이전서는 희생번트, 도루, 대타, 대주자 작전이 적시에 들어맞았다.
오히려 마운드가 위태로웠다. 이번 대회 삼성 마운드는 1.5진급이다. 윤성환, 장원삼, 릭 벤덴헐크 등 주축 선발 3인이 빠진 것도 크지만, 오승환이 빠진 불펜도 의미있는 도전에 임하는 중이다. 류중일 감독은 심창민을 주전 셋업맨, 안지만을 마무리로 설정한 뒤 신용운, 박근홍, 조현근 등을 연이어 투입해 리드 지키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 안지만까지 가는 과정이 불안했다
2경기의 공통점. 마무리로 등판한 안지만까지 가는 과정이 힘겨웠다는 점이다. 볼로냐전서 선발 백정현이 5이닝 1실점으로 막아줬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6회 신용운이 투입됐다. 신용운은 7회 급격히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고, 부랴부랴 심창민이 올라왔으나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블론세이브. 심창민은 8회를 잘 막으면서 안지만에게 바통을 넘겼고, 8회 이승엽의 스리런포가 터지면서 승리했다.
퉁이전도 마찬가지다. 선발 김희걸이 3⅔이닝을 2실점으로 버텼다. 조기강판. 뒤이어 등판한 박근홍이 2⅔이닝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는 호투를 선보였다. 그 사이 타선이 4점을 뽑아내며 4-2로 앞선 상황. 문제는 7회였다. 신용운과 조현근이 연이어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 2루타를 얻어맞아 1점을 추격 당했다. 8회엔 심창민이 2루타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다.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 9회에 올라온 안지만이 10회까지 책임지면서 구원승을 따냈으나 매끄러운 불펜 이어던지기는 아니었다.
2경기 연속 심창민 앞에 주자가 있었고, 심창민이 동점타를 얻어맞았다. 일단 신용운, 조현근이 다소 불안했고, 심창민 역시 한 방을 맞은 뒤에 집중력을 발휘해 안지만에게 바통을 잘 넘긴 모습이었다. 신용운과 심창민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서도 불펜 주요 보직을 맡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심창민은 안지만보다 조금 불안하다. 심창민은 컨디션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투구의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어떤 상황,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도 박빙승부를 지켜야 하는 것. 불펜투수의 숙명이다.
▲ 젊은 불펜투수들, AS는 경험이고 과정이다
이번 대회에 투수 엔트리는 배영수, 차우찬, 안지만, 신용운, 심창민, 김희걸, 박근홍, 백정현, 조현근, 이동걸, 김건필, 김현우다. 박근홍, 백정현, 조현근, 이동걸, 김건필, 김현우 등을 주목할 만하다. 이동걸과 김건필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 꾸준히 선발로 기회를 받았다. 백정현은 선발 등판 한 차례가 있었으나 역시 불펜 자원. 박근홍과 조현근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결과만 놓고 보면 2경기 통틀어 선발로 5이닝 1실점을 기록한 백정현, 2⅔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박근홍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박빙승부를 경험하는 것이다. 삼성 불펜은 그동안 확실한 필승조가 있었다. 그러나 심창민이 들어오고 권오준, 권혁이 부상과 부진에 빠지면서 꾸준히 모양새가 바뀌었다. 내년엔 권오준이 돌아오지만 절대 마무리 오승환이 빠지면서 안지만 혹은 심창민 중 1명이 마무리로 돌아선다. 묵직한 볼을 뿌리는 김현우 역시 마무리 후보. 일단 이번 대회서는 안지만이 마무리로 등판했고, 류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포스트 오승환은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치러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승환 빈자리를 채우는 투수가 나온다는 건 필연적으로 필승조에 한 자리가 빈다는 걸 의미한다. 이 자리를 젊은 투수들 중에서 채워줘야 한다. 권오준과 권혁의 부활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새로운 동력이 수혈되는 게 바람직하다. 류 감독은 이번 아시아시리즈서 새로운 동력 수혈의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다. 박근홍은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냉정하게 볼 때 류 감독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심창민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건 이들이 불안한 상태에서 바통을 넘겨준 영향도 있었다. 물론 그 역시 과정이고 경험이다.
삼성은 이미 2군 위주의 마무리훈련을 치렀다. 1차적으로 마운드 옥석 가려내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선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혹독했으나 꼭 일궈내야 할 대업이 포스트 오승환, 그리고 포스트 안지만 찾기다. 좀 더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젊은 불펜 투수가 나와야 마무리로 가는 루트가 탄탄해진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98로 살짝 흔들렸던 삼성. 마운드 왕국 명성을 되찾기 위한 무한경쟁이 막을 올렸다.
[박근홍(위), 심창민(가운데), 백정현(아래).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