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혼을 하고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오승환(한신)의 일본정복 방법. 전문가들은 강력한 직구의 힘엔 OK 사인을 보내면서도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의 예리함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보낸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최강 마무리 오승환을 잘 알고, 한국보다 한 차원 높은 정교한 타격을 하는 타자가 즐비한 일본야구의 특성을 알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언들이다.
이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승부는 그라운드 밖에서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달 30일 한일프로야구 레전드 슈퍼게임을 앞두고 만난 KIA 선동열 감독과 백인천 대회장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은 오승환에 앞서 일본야구를 경험한 야구인들이다.
▲ 결혼하고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선 감독은 오승환을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선 감독은 “승환이가 팀을 잘 선택했다. 한신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30세이브 이상 거둘 것이다”라고 덕담을 했다. 이어 “오사카엔 한국 교민이 많이 살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이다.
아무래도 오사카 교민들이 한신 경기서 오승환에게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실제 한신이 오승환을 영입한 건 한인 마케팅 수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 감독은 “류현진이 올해 LA 다저스서 잘한 것도 교민의 응원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라고 했다. 박찬호도 과거 LA 다저스 시절을 추억할 때 항상 교민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하곤 했다.
선 감독은 “승환이가 결혼을 하고 한신에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 해외파가 시즌 후 국내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말이 안 통해서 외로웠다”였다. 기혼자도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바로 옆에서 말동무를 해줄 수 있는 아내가 없는 총각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선 감독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만만찮다. 외롭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내가 있으면 의지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경기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멀뚱멀뚱하게 앉아 있느니, 아내하고 농담이라도 한 마디 하고 스킨십이라도 한번 하는 게 훨씬 더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선 감독은 해외에 진출한 야구선수들이 아내와 함께 지내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일본에서 선 감독보다 더 오래 활약한 백인천 한일프로야구 레전드 슈퍼게임 대회장은 또 다른 조언을 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적응의 문제”라고 했다. 백 대회장은 한국보다 습기가 많은 일본 특유의 자연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여름에 습기가 많으면 사람이 지치기가 쉽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이 역시 크게 보면 환경적인 요인이다.
백 대회장은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경기가 안 풀리면 누구나 자꾸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걸 내세우게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승환이는 한신에서 한국인이란 생각보다 한신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선수의 특권을 바라기보다 팀에 철저히 녹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필요이상의 부담감을 갖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선 감독이 주니치 시절 부진했을 때 호시노 감독에게 “등에 붙어있는 태극기를 떼라”는 조언을 들은 건 매우 유명한 일화다. 오승환 역시 한국 대표 마무리라는 타이틀을 뗄 필요가 있다. 백 대회장은 “실력 발휘를 잘 하려면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백 대회장은 오승환이 한신 동료들에게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팀 동료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자국 선수들이 외국인선수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반발을 할 수도 있다. 동료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일본어도 빨리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국내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선수들이 독단적인 외국인선수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 서툰 한국 말로 넉살 좋게 한 마디를 붙이는 외국인선수들에게 정을 주기 마련이다.
선 감독과 백 대회장의 조언은 오승환이 그라운드 밖에서 적응하고 익혀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오승환의 일본정복이 단순히 마운드에서만 판가름 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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