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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열심히 하는 사람은 보기 좋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배우 최태준도 그런 사람이었다. 최근 인터뷰 차 만난 자리에서 충혈된 눈에 푹 잠긴 목소리로 “어제 밤늦게까지 촬영을 하다 왔다”면서도 또렷한 눈빛과 활기찬 말투로 “피곤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을 무색하게 만드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최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의 신윤섭 감독도 아마 최태준의 이런 면을 보고 캐스팅 했으리라.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인배우가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데에는 뭐든지 열심히 준비하는 그의 철저한 노력이 뒷받침이 됐을 것이다.
“감독님께 제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많이 보였어요. 그걸 많이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오디션도 여러 번 봤었거든요. 그때마다 한 개 준비할 거 두 개, 세 개 준비하고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처음에는 그냥 보러 오라고 하셨는데 제가 여러 가지를 일부러 준비해갔어요. 극중에 검사로 나오는 현석이라는 인물을 위해서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범 선배님의 연기도 준비해가고. 알고 보니 현석이는 영화 속의 류승범 선배님이랑 많이 달랐지만요. 재밌는 해프닝이었죠. (웃음)”
최태준은 ‘못난이 주의보’에서 검사 공현석을 연기했다. 현석은 초반에는 공준수(임주환)와의 갈등 때문에 극의 악역을 도맡아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형과 화해하고 난 후에는 정의로운 검사로 활약했다. 전작인 SBS 드라마 ‘대풍수’나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영화 ‘페이스 메이커’ 등에서 자신의 나이 대에 맞는 역할을 맡아왔던 최태준에게 이번에 맡은 공현석이라는 인물은 전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인물이었다.
“저랑 현석이라는 인물이랑 비슷한 점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원래 저는 활발하고 유머도 있고 장난기도 많은 성격이거든요. 감독님께서 제가 장난치는 걸 보고 ‘네가 이런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하실 때도 많았어요. 하하. (김)대희 형이랑 붙는 신이나 (신)소율 누나랑 티격태격하던 코믹 신 같은 것도 한두 개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실제 제 모습이 잘 보였던 것 같아요.”
촬영장은 힘들었지만 또래 배우들과 함께해 분위기는 항상 좋았다. 여타 일일드라마와 달리 ‘못난이 주의보’는 20대 중, 후반의 젊은 배우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하는 촬영장은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을 지라도 분위기는 항상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고. 특히 극중 형으로 나왔던 임주환과 여자친구로 나왔던 신소율에게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친해지게 됐다.
“주환이 형이랑은 촬영이 없는 날은 같이 밥도 먹고 메시지도 자주 주고받고 했어요. 조언도 많이 해주고, 동생으로서 진짜 고마웠죠. 소율이 누나는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어요. 누나랑 키스신 찍을 때도 엄청 김장 했었거든요. 제 연기 인생 첫 키스신이었으니까. 누나가 같이 쑥스러워했으면 저도 못 했을 텐데 누나가 저 편하게 하라고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그렇게 친해지니까 연기하기도 편해졌고요.”
“제가 드라마 ‘피아노’의 조인성 선배님 아역 출신인데 아역을 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어느 정도 연기에 대한 기대치가 있거든요. 감독님들께서 ‘아, 걔구나. 연기는 잘 하겠네’ 하는 게 있으셔서. 그런데 저는 아역을 하다가 중간에 쉬었으니까 다른 아역 출신들에 비해서 경험이 부족했어요. 다시 시작하니까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래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아역 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연기했다면 지금은 정말 연기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래서도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향한 열망은 강하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최태준은 연기를 잘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유명세를 얻는 것은 싫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자신이 연기하는 만큼만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평생 배우를 업으로 삼을 거라면 길게 내다보겠다는 것. ‘나는 왜 뜨지 않을까?’ 고민만 하는 몇몇 배우들과 달리 최태준은 20대 초반의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숙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잘 돼서 제가 갖고 있는 그릇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기 보다는 제가 정말 잘 했을 때 그런 관심을 받고 싶어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갑자기 그 다음에 그에 만족하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려면 전 아직 멀었죠. 이번에 ‘못난이 주의보’를 하면서도 부족한 면이 바로 바로 보였고 밑천이 드러나는 느낌도 받았거든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나 대본의 여유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최태준은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배웠다.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 제작환경 속에서 장장 7개월을 버티고 나니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 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다고. 그리고 그만큼 힘든 드라마 촬영 현장을 버티게 하는 것은 팬들의 사랑이었다.
“팬들이 홍삼도 주시고 간식도 챙겨 주시고 했는데 저는 이런 팬이 생긴 게 처음이라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저번엔 ‘못난이 주의보’ 팬들과 간담회도 했었는데 드라마가 자기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정말 쉽게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연기하는 한 장면이 어떤 한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한 장면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기분이 묘해졌고 이런 것 때문에 배우를 하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배우 최태준.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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