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시상대 올라가면 떨릴 것 같아요."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행사장에 들어선 정근우(한화 이글스)가 던진 한 마디다. 각종 프로야구 시상식과 충분히 인연이 있는 선수에게 나올 말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했다. 4년 만의 수상은 물론 시상대에 올라 직접 황금장갑을 전달받는 것도 꽤 오래간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총 유효표 323표 가운데 260표를 획득(득표율 80.5%),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정근우는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횟수로는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3번째.
정근우는 지난 2009년 시상식 당시 4주 기초군사훈련 입소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한껏 멋을 내고 직접 황금장갑을 손에 넣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수상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에 따른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이날 행사장에 들어선 그는 "지금은 한화 소속이지만 상을 받는다면 올해 SK 유니폼을 입고 노력해서 받는 상이다"며 "(상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반신반의하고 있다. 2009년에는 4주 훈련에 가서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대에 올라가면 떨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시상대에 올랐다. 떨리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침착하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특히 올해까지 뛰었던 SK 동료들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SK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이하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아내와 가족들 모두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비록 올 시즌 SK에서 뛰었지만 그는 한화 소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한화는 빙그레 시절을 포함, 올해까지 2루수 부문 수상자를 단 한 차례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역대 2루수 부문 수상자에 한화 선수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정근우다. 지난달 17일 4년 70억원 거액 계약 직후 "한화의 4강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한 그가 시즌 시작도 하기 전에 큰 선물을 했다. 여러 모로 정근우의 골든글러브가 주는 의미는 컸다.
[정근우가 수상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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