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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문영남마저 시청률에 굴복했다
2013년 겨울, 한국 드라마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MBC '오로라 공주'를 시작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MBC '기황후', 여기에 극단적인 캐릭터와 소재를 자랑하는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 중 '오로라 공주'는 단연 이 논란의 선봉에 있고, 그 뒤를 잇는 것이 바로 '왕가네 식구들'이다. '오로라 공주'가 앞으로 6회를 남겨두고 있으니 앞으로의 막장 논란에는 '왕가네 식구들'이 그 명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오로라 공주'를 집필한 임성한 작가가 그러하듯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 작가 역시 대한민국 대표 드라마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KBS 2TV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들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고 최진실의 복귀작이자 당시 시청자들을 눈물 짓게 한 '장밋빛 인생'을 집필한 필력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그가 집필하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은 그가 했던 어떤 작품도 넘볼 수 없는 막장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있다. 더욱이 MBC '오로라 공주'에 버금간다는 이야기까지 나돌면서 문영남이라는 이름 석 자에 큰 먹칠을 하고 있다.
외동아들 최상남(한주완)을 위해 며느리 오디션을 펼치는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돈 많은 여자를 만나 돈의 맛을 한 번 보자 아내 왕호박(이태란)과 '옳다구나' 이혼하는 남편 허세달(오만석), 그렇게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자작 납치극을 벌이는 아내 왕호박, 여태껏 옆에서 보살피고 손자 낳아준 며느리 보다 돈 많은 며느리가 좋으니 "넌 남자가 살기 싫다는데 붙어 있고 싶냐"는 시어머니 박살라(이보희) 등, '왕가네 식구들'은 이처럼 각종 극단적인 캐릭터와 상식을 뛰어넘는 전개를 총 망라한 집합체다.
50부작 중 30부작이 지나갔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2013년 현실적인 가족문제를 다룬 드라마라는 처음의 기획의도는 고사하고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만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여주겠다던 따뜻한 가족애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방송 초반 최상남의 고졸 학벌에 대해 논하며 현 사회의 학벌지상주의를 꼬집었던 것이 '왕가네 식구들'이 보여준 기획의도의 전부였다.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이유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극 중 인물이 죽고, 108배로 동성애를 해결하며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등의 개연성을 무시한 대사와 전개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왕가네 식구들'도 이와 비견될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 드라마가 경쟁적으로 막장을 쏟아내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막장 전개의 바탕에는 작품의 질보다 시청률로 평가받는 드라마 세계의 아이러니가 깔려있다. "말도 안돼"라고 여겨지지만 나날이 수위를 높여가는 비상식적 상황 연출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들이고 이는 결국 시청률과 돈으로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들은 앞다퉈 '막장을 맛깔나게 쓰는' 작가들을 섭외하려고 애를 쓴다.
이처럼 치열해지는 방송사들의 작가 섭외 경쟁 속에 오가는 돈의 액수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고, 높은 원고료를 받은 작가는 그만큼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로 인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인 이 같은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고, 그 중심에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이 포함된 것이다.
현재 '왕가네 식구들'의 시청률은 승승장구,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40%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문영남 작가의 예전 작품과 비교해 봤을 때 '왕가네 식구들'의 막장 전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공분을 낳는 관계는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 것이 문영남 식 드라마 화법이고,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던 허세달이 순식간에 거지 신세가 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오로라 공주'가 떠난 막장 논란의 자리에 '왕가네 식구들'이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왕가네 식구들' 포스터. 사진 = 드림이엔엠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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