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잠실과 목동을 오가며 펼치는 '엘넥라시코'는 프로야구의 떠오르는 신흥 라이벌전이다. 이번 시즌에도 양 팀은 수차례 명승부를 연출하며 잠실 라이벌전 못지않은 새로운 서울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냈다.
2014 시즌부터는 이 '엘넥라시코'를 보는 재미가 한층 커질지 모른다. 바로 윤지웅이 있어서다. 넥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나 경찰청 입대 후 LG로 합류한 윤지웅은 벌써부터 친정팀 타자들을 상대로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적인 자세다.
윤지웅은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고, 곧바로 1군에 데뷔했다. 53경기에서 28⅔이닝을 던진 첫 시즌 성적은 2승 무패 9홀드, 평균자책점 4.08이었다. 왼손 타자 위주로 상대하는 불펜 투수로는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지만, 루키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나쁜 성적이라 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지웅에게 데뷔 시즌은 실망 그 자체였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1라운드 지명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자신도 있었는데, 투구 폼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잘 되지 않아 목표했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신인이니까 그 정도도 괜찮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수준 이하의 활약에 스스로 실망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며 윤지웅은 입대 전 1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1년을 돌아봤다.
넥센에서 가능성을 보인 윤지웅은 경찰청 입대를 결심했다. 그러나 넥센이 이택근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LG가 보상선수로 즉시전력감 대신 유망주를 지명해 윤지웅은 한 시즌만 보내고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장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윤지웅을 미래의 전력으로 점찍은 LG는 2년을 기다린 끝에 윤지웅을 마운드 구상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선발 가능성도 충분하고,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안착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윤지웅은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 "나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 (퓨처스에서)선발로 성적이 좋기는 했지만 보장된 것은 없다. 어떤 보직이든 팀이 맡기면 잘 해야 한다. 불펜에서 시작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롱 릴리프나 선발 기회도 주어지지 않겠는가?"는 것이 윤지웅의 생각이다.
우선 평가는 좋다. 김기태 감독은 윤지웅을 2014 시즌 LG의 마운드를 끌고갈 중요한 퍼즐조각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같은 팀의 베테랑 좌완 류택현도 "변화구의 제구가 훌륭하고, 공의 높낮이가 좋다. 선발이 될지 불펜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빠르지 않은 공이라 해도 변화구의 제구가 좋아 승부처에서 나올 수 있는 투수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제구력을 갖춘 윤지웅에게 보완하고 싶은 점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윤지웅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구 각이나 제구력 같은 장점을 더 키워서 단점이 보이지도 않게 하고 싶다. 다만 살은 좀 쪘으면 좋겠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고민이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롤 모델로 비슷한 스타일의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꼽은 윤지웅은 상대하고픈 타자로는 리그 최고의 강타자인 박병호와 강정호를 지목했다. 윤지웅은 상대하고 싶은 타자를 묻는 말에 지체하지 않고 "(박)병호 형이나 (강)정호 형이다. 넥센전에서 잘 해서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또 롯데전에서는 (넥센 시절에 함께했던)김시진 감독님과 정민태 코치님께도 군에 다녀와서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은 넥센전이다. LG가 넥센과의 상대 전적에서 뒤져 있는데, 넥센을 만나면 더 이를 악물고 던질 것이다. LG가 넥센전에서 조금 더 잘 한다면 우승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는 1994년 우승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윤지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윤지웅은 "1군으로 올라가 LG가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넥센전에서 더 잘 던지겠다"며 팀이 가장 껄끄러워했던 상대를 맞아 선전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경찰청 시절(위)과 넥센에 몸담고 있던 2011년의 윤지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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