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계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
SK 에런 헤인즈의 고의적인 충돌 사건이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으로 일단락됐다. KBL은 전례를 들어 약하지 않은 징계라고 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솜방망이 징계다. 그나마 SK가 자체적으로 헤인즈에게 3경기 추가 출장정지를 내렸으나 개운치 않다. 오히려 KBL이 과거 폭력사건이 일어났을 때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대처한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 남녀프로농구 코트엔 도덕불감증이 짙게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비도적적인 행위가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심판들이 그걸 옳게 가려내질 못한다. 리그 운영의 중심을 잡아야 할 단체들은 솜방망이 징계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아낼 명분을 만들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경기의 질만 떨어진다. 팬들은 등을 돌린다.
▲ 시뮬레이션 액션에, 끊이지 않는 폭력·폭언 사건
농구는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다. 하지만, 엄연히 규칙이 있다. 규칙의 범위를 넘어선 몸싸움은 반칙으로 간주된다. 과거엔 심판의 눈을 피해 악의적으로 팔꿈치로 상대 선수를 가격하거나 손으로 강하게 밀치는 케이스가 많았다. 최근엔 확실히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헤인즈 사건을 보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시뮬레이션 액션, 일명 헐리우드 액션도 여전히 존재한다. 11월 20일 SK-오리온스전 오심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SK 변기훈의 시뮬레이션 액션 논란이었다. 지난 15일 전자랜드-오리온스전 당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퇴장을 당한 건 오리온스 김동욱의 시뮬레이션 액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욱은 6일 삼성전서도 김승현과 욕설논란을 겪기도 했다. 농구의 특성상 플레이 도중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심판의 눈만 피하면 어떤 행위라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심판들이 옳게 지적하지 못한 것들까지 더하면 이런 케이스는 수 없이 많다.
폭력, 폭언 사태도 많았다. 헤인즈는 2월 13일 KT전서 KT 김승기 코치에게 “개xx야”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SK가 “깨끗이 해”라고 수습하면서 유야무야 됐다. 이밖에 아이반 존슨이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퍼부은 폭언, 퍼비스 파스코, 김병천의 심판 폭행, 최명도의 김승현 얼굴 가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건들은 프로농구의 도덕불감증을 부채질하며, 농구 팬들을 등 돌리게 한다.
▲ 눈 감은 심판, 자정 기능 잃은 코트
헤인즈 사건에서 프로농구 심판들의 판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KBL 심판들은 헤인즈 사건 다음날 헤인즈 케이스와 비슷한 이유로 포웰에게 억울한 판정을 내렸다. 한 마디로 심판으로서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렸다고 보면 된다. KBL은 거의 매년 심판위원장을 교체하지만, 정작 심판들의 수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매 시즌, 아니 매 경기 판정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남녀프로농구 일부 심판들은 눈 먼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심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코트에서 음성적이고 비밀스럽게 비 도덕적인 행위가 자꾸 발생한다. 심판들은 비도덕적인 행위를 바로잡고 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조그마한 몸싸움에도 파울을 분다. 정상적인 몸싸움과 비도덕적인 행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남녀프로농구는 위크사이드에선 몸싸움에 관대하고, 볼을 가진 선수들 사이에선 정확하게 판정을 하는 FIBA와 동떨어진 판정을 하는 리그가 됐다. 이게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부채질했다.
농구판에 도적적인 자정 기능이 떨어졌다. 경기 질도 떨어졌다. 감독들은 매번 항의를 하는데, 속 시원하게 판정하는 심판은 드물다. 농구가 농구규칙대로만 진행되면 되는데, 선수는 속이고, 심판은 눈 감으면서 불신만 쌓이고 있다. KBL은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전혀 중심을 잡지 못한다. WKBL, 대한농구협회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KBL부터 중심을 잡아라
도덕불감증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KBL부터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KBL이 헤인즈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건 2002-2003시즌 최명도의 김승현 폭력사건 때 내린 3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500만원을 의식해서였다. 사실 당시 최명도에게 내린 징계 자체가 약했다. 당시의 오류가 10년 후 또 다른 치명적인 오류를 낳았다. 폭력, 폭언, 시뮬레이션 액션 등 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심판 평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SK-오리온스전 오심으로 2주 배정정지를 받았던 심판은 이번 헤인즈 사건 때 또 다시 견책이 내려졌다. KBL은 견책, 배정정지가 나오는 심판들의 봉급을 깎는다. 그리고 다음 시즌 재계약에 불이익을 준다. 이걸로는 약하다. 심판 교육과 평가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고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오심을 매 시즌 반복하는 심판들은 더 이상 코트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감독과 선수 모두 “동업자 정신을 지켜야 한다”라면서도 정작 그 의미를 모르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단들도 선수들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특히 매 시즌 물의를 일으키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관리 규정을 좀 더 세밀하게 바꿔야 한다. 선수, 구단, 심판, 주관단체 모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코트에 널리 퍼진 도덕불감증을 다스리지 못하면 한국농구의 미래는 없다.
[고개 숙인 SK 선수단(위), 헤인즈(가운데), 프로농구 감독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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