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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플레이오프 가면 승산이 있다.”
오리온스 이현민은 지난달 22일 삼성과의 홈 게임을 승리로 이끈 뒤 “오리온스는 플레이오프에 가면 승산이 있다”라고 했다. 당시 이현민의 코멘트는 예언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우세했다. 그러나 열흘 후 오리온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 달라졌다. 이현민의 예언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동부전 승리로 올 시즌 자체 최다 5연승이자 홈 7연승. 오리온스가 무서워지고 있다.
오리온스는 1일 현재 20승20패로 6위다. 7위 삼성에 5경기 앞섰다. 최근 경기력만 보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안정권에 들어갔다. 오히려 2경기 앞선 공동 4위 KT와 전자랜드를 위협할 기세다. 오리온스는 KT와의 대형트레이드 이후 전력이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미세한 약점도 시간이 지날수록 보완 및 극복하고 있다. 오리온스가 현 전력과 흐름만 유지한다면 포스트시즌서도 승산이 충분하다.
▲ 리처드슨 효과, 장신라인업으로 극대화
오리온스 전력 상승의 요체는 앤서니 리처드슨이다. 리처드슨은 외곽에서 탁월한 슛 감각을 뽐낸다. 리처드슨이 내, 외곽에서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최진수, 김동욱 등 외곽에서 움직이는 포워드 라인의 움직임도 살아났다. 최진수와 김동욱의 역할 분담과 책임감이 확실해졌다. 확실히 최진수와 김동욱은 리온 윌리엄스, 랜스 골번 등 활동반경이 한정된 빅맨들보다 리처드슨과의 궁합이 더 좋다.
그런데 외곽에서 주로 움직이는 리처드슨의 득점력은 기복이 있다. 리처드슨의 패싱센스는 좋은 편이 아니다. 상대가 강력한 스위치 디펜스를 시도할 때 위력이 둔화된다. 추일승 감독은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도수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오리온스는 김도수가 합류하자 1패 이후 5연승을 내달렸다. 김도수는 볼 없는 움직임이 좋다. 수비력도 수준급이다. 김동욱과 역할 분담을 할 수 있고, 김동욱과 동시에 투입되면 볼 흐름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생긴다. 굳이 리처드슨이 볼을 오래 만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하나. 김동욱과 김도수, 최진수 혹은 장재석, 그리고 리처드슨이 동시에 투입되면 주전 5명 중 4명이 190cm가 넘는 장신라인업이 구성된다. 추 감독은 김도수를 2번으로, 김동욱을 3번으로 기용하면서 무수한 미스매치를 유발했다. 상대의 반칙을 유발해 자유투로도 손쉽게 득점이 가능하다. 공격 옵션이 늘어난 것. 수비하는 입장에선 정신 없는 스위치 디펜스가 필요하다. 결국 리처드슨에게 수비가 집중돼 공격력에 기복이 나타나는 약점이 해결됐다. 리온 윌리엄스의 몫도 늘어났다.
▲ 허일영, 김강선의 가세
공격에선 무수한 이점을 안겨주는 장신라인업도 약점은 있다. 일단 스피드가 둔화된다. 상대의 빠른 패스워크에 수비가 무너질 수 있다. 때문에 스위치 디펜스가 필요하다. 김동욱은 “아무래도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스피드에 문제가 있다, 수비에선 스위치 디펜스를 한다”라고 했다. 공격에서도 움직임이 적을 경우 상대의 견고한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리온스가 지난달 29일 전자랜드전서 고전한 것도 전자랜드의 우수한 수비조직력을 시원스럽게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신장이 큰 팀을 상대할 때는 장신라인업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최근 오리온스는 경기 초반 고전하는 경우가 잦다. 이현민은 “트레이드 이후 약속된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현재 오리온스 주축 멤버들이 호흡을 맞춘 기간이 짧다. 경기 초반 공수에서 코트밸런스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런 미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또 다른 묘수가 필요했다.
지난달 31일 동부전서 복귀한 허일영과 김강선이 이런 약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허일영은 이날 3점슛만 4개를 터트렸다. 오리온스 장신라인업의 약점은 전문슈터가 없다는 점인데, 허일영의 합류로 해결됐다. 허일영 역시 신장이 크다. 김동욱과 김도수에게 휴식시간을 좀 더 줄 수 있다. 또한, 김강선은 허슬플레이와 수비력이 좋다. 추 감독으로선 기존 김동욱, 최진수, 전정규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도수, 장재석, 상무에서 전역한 허일영과 김강선 등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공격력과 수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모비스-SK-LG, 빅3와 대등한 승부?
중요한 건 모비스, SK, LG 등 빅3와의 승부다. 이현민의 말대로 6강 플레이오프 이후 승산을 높이려면 잔여게임서 빅3와의 승부를 잘 해야 한다. 5라운드 전승을 기록 중인 오리온스는 아직 빅3와 맞붙지 않았다. KT와의 대형 트레이드 직후 4라운드 맞대결서는 SK에 패배했으나 모비스, LG를 잡아냈다. 5라운드 들어 오리온스 경기력이 더 좋아진 걸 감안하면 빅3와의 5~6라운드 승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빅3는 높이로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골밑과 외곽의 조화도 매우 좋다. 백업 멤버도 화려하다. 상대적으로 오리온스의 상승세를 분석할 시간도 충분히 가졌다. 때문에 빅3와의 플레이오프서는 오리온스가 갖고 있는 장점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오리온스가 강해진 건 맞지만, 빅3도 쉽게 무너질 상대는 아니다. 일단 5~6라운드 맞대결서 서로 장, 단점을 더욱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오리온스는 결국 정규시즌을 4~6위로 마칠 가능성이 크다. 오리온스가 포스트시즌서도 이현민의 말대로 선전한다면, 빅3의 강력함과 맞물려 팬들에게 수준 높고 재미있는 봄 농구를 선사할 수 있다. 오리온스의 상승세는 농구 팬들에겐 매우 반가운 일이다.
[오리온스 코칭스태프(위), 오리온스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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