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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대할 이유가 없죠.”
2014년 농구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의 화두는 귀화선수다. 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직후 “귀화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말하는 귀화선수는 문태영, 문태종, 이승준 등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선수가 아니다. ‘오리지널’ 외국인을 선발해 귀화시켜 대표팀에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FIBA(국제농구연맹) 규정상 모든 국가는 국제대회에 1명의 귀화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중동국가들은 예전부터 오일머니를 앞세워 미국에서 잇따라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에 불렀다. FIBA에서 규정을 명확히 하면서 귀화선수 활용은 트렌드가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서 한국을 제외하곤 오리지널 외국인을 귀화시키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국내에선 국민정서상 반감이 있었으나 이젠 농구인들도, 팬들도 세계적인 추세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사실상 의견을 모은 상태다.
▲ 귀화선수 선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지난달 28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입을 모아 “더 이상 귀화선수 선발을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이 다시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이상 대한농구협회 주도로 당장 귀화선수 선발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농구협회는 이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놓았다. 2월 3일 농구 월드컵 조추첨이 끝나고 국가대표운영위원회(국대위)가 소집될 예정이다. 일부에선 여전히 외국인선수의 스카우트와 귀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대위에서 곧바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추일승 감독은 “귀화선수 영입에 반대한다면 명확한 이유와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했다. 귀화선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귀화선수에 드는 비용을 유망주 육성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일리는 있다. 하지만, 추 감독은 귀화선수와 국내 유망주 육성은 별개의 문제로 봤다. “FIBA가 귀화선수제도를 인정한 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에게 수준을 높일 기회를 준 것이다. 국제무대서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유도훈 감독도 “귀화선수를 반대할 명분이 있나?”라면서 “예전에 문태종과 문태영을 대표팀에 뽑을 때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그런 말이 나오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더 이상 머뭇거리면 안 된다. 계획을 확실히 세워서 귀화선수를 뽑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추 감독과 유 감독은 한 마디로 귀화선수로 오리지널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건 국제적인 추세이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자체를 넌센스로 봤다.
▲ 특별귀화 추진가능, 농구계의 움직임은
사실 시간을 많이 끌었다. 대표팀이 지난해 8월 월드컵 티켓을 딴 뒤 소모적인 찬반논쟁으로 재빨리 귀화선수 영입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귀화선수는 하루 아침에 영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4월 초에 끝난다. 대표팀은 6월 중으로는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농구 월드컵은 8월 30일에 개막한다. 이후 숨돌릴 틈 없이 9월 19일부터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
한 농구인은 “현재 대부분 아시아 국가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활용할 귀화선수 영입, 혹은 기존 귀화선수 재계약에 착수했다”라고 귀띔했다. 올해 중요한 국제대회를 두 차례나 치러야 하는 한국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귀화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조직력을 끌어올리려면 최소 7월에는 귀화절차를 마쳐야 한다. 당연히, 현 시점에선 귀화선수 선발을 위해 스카우트팀을 해외에 파견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대한농구협회나 KBL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현행 국적법상, ‘특별귀화’를 통해 당장 귀화선수를 대표팀에 합류시킬 길이 열려있다. 원래 외국인이 한국으로 귀화하려면 한국에 5년 이상 머물러야 하는데, 2010년에 개정된 국적법에 따르면,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해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로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외국인은 거주기간(5년), 나이(성년), 생계유지능력에 관계없이 귀화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1년 내에 자신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과거 문태영과 문태종이 이런 케이스로 특별귀화했다.
이를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유도훈 감독은 “목적부터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직후 골밑 보강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표팀이 원하는 귀화선수는 빅맨이다. 그 이후엔 대한농구협회가 스카우트를 파견해 귀화선수영입에 나서야 한다. 계약금과 바이아웃 비용 등 인건비를 어느 정도 책정해놓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귀화선수들의 수준은 KBL 외국인선수들보다 한 수 아래”라고 했다. 그렇다면 귀화선수에게 지불하는 몸값이 KBL 외국인선수에게 지불하는 몸값보다 높아야 국제대회서 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추진. 유도훈 감독, 추일승 감독의 주장대로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찬반 논쟁을 할 시기는 지났다. 대한농구협회와 KBL이 이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프로농구 시즌이 끝난 뒤 움직일 필요가 없다. 곧바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귀화선수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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