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젊은 에이스가 한국야구의 미래다.
국내야구 출신 메이저리거 2호 탄생이 임박했다. 최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윤석민이 곧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2의 류현진, 제2의 윤석민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류현진과 윤석민 이후 국내 젊은 투수들의 해외 진출 도전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등판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팬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류현진은 전국구 피켓파워를 지닌 최후의 에이스였다. 그리고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세계적인 위상 강화에도 톡톡히 한 몫을 한 에이스 오브 에이스다. 윤석민 역시 류현진보단 대우가 좋지 않을 게 확실시되지만, 국내야구 넘버2 투수로서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향한다는 것 자체로 상징성이 클 전망이다.
▲ 정체된 젊은 토종 에이스
국내 구단들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초고교급 에이스들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마침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서 1차지명이 부활하면서 구단들로선 관할 지역 유망주들의 관리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과 명분이 조성됐다. 당연히, 구단 입장에선 젊고 싱싱한 에이스들에게 눈 길이 가게 돼 있다. 구단의 미래를 위해선 에이스 수집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야구의 높아진 수준, 고교 시절 혹사 등을 이유로 최근 고교시절 이름을 드날렸던 젊은 에이스들이 프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수도권구단 투수코치는 “일단 입단하면 재활부터 해야 한다. 주말리그제 도입 이후 에이스 혹사가 더 심해진 것 같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체격이 좋고 가능성이 있는 영건들도 막상 피칭 폼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보인다. 구단들의 현미경 분석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점점 신인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추세”라고 했다.
류현진 이후 국내야구에 괴물신인이 등장하지 않은 건 큰 문제다. 몇몇 젊은 투수들이 잠시 두각을 드러내긴 했지만, 꾸준하게 활약하지 못했다.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에이스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에이스들과 베테랑 선발투수들이 선발진에 자리를 잡으면서 선발로테이션에 신진급 투수가 포함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최근 3~4년 사이에 입단한 대부분 젊은 선발투수가 4~5선발로 밀렸고, 또 에이스급의 아우라를 풍기지 못하면서 2군으로 떨어지는 등 정체기를 겪고 있다.
▲ 외국인 에이스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
KBO는 최근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지켜지지 않는 몸값 상한선을 철폐한 것이다. 외국인선수 시장이 투명해졌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에게 드는 비용 자체는 예전에 비해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한화가 영입한 앤드류 앨버스의 몸값이 80만달러였는데, 나머지 구단들이 1~2선발로 영입한 일부 외국인선수들 중에서 몸값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선수들은 분명히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국내 구단들의 운영 사정상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에이스에 대한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국내야구의 공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안은 있다. 구단들이 토종 에이스를 키우면 된다. 류현진이 LA 다저스로 떠난 이후 9개구단 중 20대의 젊은 선발투수를 에이스로 활용한 팀은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 김광현(SK)이 부활해 토종 에이스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부분 팀이 외국인 에이스에게 크게 의존한다. 신인들이 옳게 크지 않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야구관계자는 “상황이 그렇다고 해도 토종 에이스를 키우는 걸 게을리 해선 안 된다. 한국야구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젊은 에이스들을 키우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인 에이스들의 의존 현상이 심해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들이 젊은 에이스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몸 값 높은 에이스들을 미국에서 모셔올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성적에 대한 욕심이 강한 국내야구 사정상 어떤 상황에서도 비싼 외국인 에이스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단들이 젊은 투수들을 키워서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것에 공감하는 야구인이 많다.
▲ 젊은 토종 에이스, 한국야구의 얼굴이자 미래다
에이스는 팀의 얼굴이다. 상징성이 크다. 젊은 토종투수가 에이스 노릇을 할 경우 구단이 얻는 이득은 상당히 크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팀 전력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구단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티켓파워도 키울 수 있다. 반면 외국인 에이스는 매년 계약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팀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토종 에이스에 비해 구단의 진정한 간판으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도 토종 젊은 에이스들이 나오는 게 필요하다. 한국야구는 제2의 류현진, 제2의 윤석민, 김광현의 배출이 시급하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의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세계 속에서 한국야구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대접을 받으려면 국내 구단들이 제2의 류현진을 키워서 해외로 내보내기도 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젊은 토종 에이스들의 출현으로 구단들과 한국야구가 얻는 유, 무형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에이스에게 100만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 하지만, 젊은 토종투수들의 더딘 성장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사는 구단들. 오늘날 국내야구의 현실이다. 류현진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토종 에이스 발굴이 절실하다.
[잠실구장(위), 류현진(가운데), 윤석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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