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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은 정규리그 1위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SK는 2012-2013시즌 당시 줄곧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문경은 감독이 “1위를 하고 싶다”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건 시즌 막판이었다. 올 시즌에도 상위권을 달리는 SK. 문 감독은 역시 순위 얘기는 가급적 꺼내지 않았다. 혹시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염려해서다. 하지만, 문 감독은 1일 삼성전 전후로 “정규리그 1위”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문 감독의 통합우승 야망이 드디어 드러났다.
▲ SK 정규시즌 우승 로드맵
SK는 2012-2013 정규시즌서 우승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서 모비스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시즌 내내 잘해놓고 승자의 타이틀을 모비스에 넘겨줬다. 문 감독은 올 시즌엔 그런 실패를 맛보고 싶지 않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통합우승을 꿈꾼다. 문 감독은 “현실적으로, 그리고 통합 우승을 위해서라도 정규리그 1위가 필요하다. 1위만 생각하고 달려간다”라고 털어놨다.
문 감독의 구체적인 복안이 궁금했다. 그는 “모비스, LG를 제외한 팀들, 특히 중, 하위권 팀들에 지면 1패 이상의 타격이다”라고 했다. 이어 “중,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서 모두 이긴 뒤 모비스, LG와의 맞대결서 승부를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산술적으로 SK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두 모비스에 불과 0.5경기 뒤져있을 뿐이다. 잔여경기는 13경기. 문 감독이 보는 승부처는 역시 2월 22일 모비스와의 원정게임, 3월 2일 LG와의 원정게임이다.
▲ 정규시즌 준우승도 PO 메리트 없다?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규정을 살펴보자. 정규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정규시즌 3위-6위, 정규시즌 4위-5위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승자가 4강 플레이오프에 합류한다. 종목을 불문하고 포스트시즌 1경기의 체력 소모는 정규시즌 2~3경기 체력 소모와 맞먹는다는 게 정설이다. 당연히 정규시즌 우승과 준우승팀에 돌아가는 메리트가 크다. 그리고 정규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포스트시즌서 취하는 메리트에 큰 차이가 없다.
올 시즌은 다르다. 선두 모비스, 2위 SK, 3위 LG는 우승 전력이다. 시즌 중반부터 3강구도를 확실히 갖췄다.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할 경우 4강 플레이오프부터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규시즌 3위팀이 현 시점에서 6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오리온스에 패퇴할 가능성도 있다. 오리온스는 최근 상승세다. 물론 오리온스가 4~5위로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 KT 혹은 전자랜드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정규시즌 3위가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온다고 가정하면 준우승팀과 4강 플레이오프부터 맞붙게 된다.
문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 4강 플레이오프서 모비스, LG와 만날 가능성을 없애고 싶어한다. 4강 플레이오프를 최소한의 에너지로 치른 뒤 챔피언결정전서 통합우승하는 시나리오를 꿈꾼다. 물론 이런 생각은 유재학 감독과 김진 감독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정규시즌 준우승은 큰 메리트가 없다.
▲ SK의 경쟁력
중요한 건 SK의 경쟁력이다. 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당연히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심스를 활용하는 지역방어, 상대 주득점원에 대한 매치업 상대의 변화 등을 시도할 수 있다”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SK는 포지션별로 균형이 잘 잡혀있다. 골밑과 외곽의 조화도 좋고 백업 멤버도 화려하다. 문 감독이 SK 사령탑에 취임한 뒤 확실히 SK는 수비와 리바운드 집중력이 좋아졌다. 득점 3위(74.5점), 최소실점 3위(71.8점), 34.98리바운드(2위) 등 기록이 말해준다.
SK의 최대화두는 역시 지역방어다. 지난해부터 줄곧 내세웠던 3-2 지역방어는 이제 모비스, LG가 쉽게 공략한다. 하지만, SK로선 김선형과 애런 헤인즈를 활용한 속공을 위해서라도 이를 포기할 수 없다. 때문에 문 감독은 다양한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매치업, 경기 상황에 따라 지역방어를 사용하기 힘들 때 버텨낼 수 있는 전술과 선수조합을 연구 중인 것이다. 사실 헤인즈가 징계를 받았을 때 코트니 심스의 활용도를 실전에서 실험한 건 커다란 수확이었다.
최근 SK는 LG와 모비스의 잘 조직된 2-3 지역방어를 옳게 공략하지 못했다. 문 감독은 “슛이 안 들어가니까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다. 외곽슛 찬스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노마크에서 안 들어간 슛이 많았다”라고 했다. 실제 SK는 1일 삼성의 지역방어를 매우 잘 공략했다. 물론 삼성의 지역방어 자체가 다소 느슨했다. SK는 6라운드 모비스, LG전을 통해 지역방어 공략에 대한 경쟁력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 농구인은 “문경은 감독이 점점 진화하는 게 눈에 보인다. 올 시즌 SK는 논란도 있었지만, 문 감독은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SK는 높이와 스피드, 백업 멤버, 경험이 잘 어울렸다. 전술적으로 커버 가능한 범위가 모비스, LG보다 넓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문 감독이 통합우승을 위해 칼을 갈기 시작했다.
[문경은 감독(위), SK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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