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핵심은 민심이다.
4일 KBL 사옥에서 열린 KBL 이사회. 핵심 안건은 플레이오프 일정 확정이었지만, 농구계의 관심은 다른 것에 쏠렸다. 한선교 총재 주도로 KBL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12분 쿼터제였다. KBL은 지난해 9월 단 6명이 참석한 사무국장 회의에서 12분 쿼터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올 시즌부터 곧바로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구단들의 반대에 부딪혀 2014-2015시즌 도입으로 잠정 확정했다. 농구계에선 4일 이사회에서 12분 쿼터제의 2014-2015시즌 시행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일단 유보됐다. KBL이 심상찮은 민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사회 직후 전화통화가 닿은 한 구단 관계자는 “KBL과 구단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안다. 아직 시기상조이며, 반대 의견을 내비친 분이 많았다”라고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KBL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했다. 태스크포스팀 구성이다. KBL이 드디어 직접적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민심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 12분 쿼터제, 여전히 반대가 다수
올 시즌 남녀프로농구를 취재하면서 지도자들과 구단 프런트들에게 종종 12분 쿼터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반대 혹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실정상 NBA처럼 48분 게임을 하면 주전 의존도만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연히 부상 위험성과 경기력 하락이 우려된다. 사실 10분 쿼터제 체제에서도 시즌 막판엔 선수들의 체력 저하 현상과 경기력 하락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규시즌 54게임이 너무 많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온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48분 게임에 걸맞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8분 게임을 추진하면 구단들이 2군 시스템을 활성화할 것이란 KBL의 생각과는 달리 2군 시스템부터 먼저 강화한 뒤 48분 게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추 감독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그게 12분 쿼터제에서 비롯될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현장, 찬반논란 아닌 일방통행에 뿔났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농구인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다. 12분 쿼터제를 반대하는 사람보단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문제”라는 의견도 분명히 있었다. “농구를 즐길 시간을 늘리고, 볼 거리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선수층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한선교 총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는 농구인도 분명히 있었다.
문제는 소통이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12분 쿼터제가 꼭 나쁜 건 아니다. 안타까운 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KBL의 자세다”라고 했다. 4일 이사회 직전까지 KBL은 좀처럼 외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12분 쿼터제 얘기가 처음으로 나온 지난해 9월은 의미가 있다. 9월은 구단들이 대부분 해외전지훈련을 떠나는 시기다. 모든 구단의 의견을 모으기가 힘든 시기였다.
KBL은 그런 상황에서 올 시즌부터 12분 쿼터제를 추진하려고 했다. 대다수 농구인이 KBL의 이런 소통불통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농구관계자는 “12분 쿼터제의 장, 단점은 둘째로 치자. 일단 제대로 된 찬반논쟁이 있어야 건설적인 대안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선교 총재는 농구인들과 팬들에게“임기 막판 12분 쿼터제로 치적 쌓기에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 TF팀 두 팔 벌려 환영, 제대로 따져보자
KBL과 구단들이 내놓은 결론은 태스크포스팀 구성이다. KBL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농구전문가, 언론인, 구단 프런트 등을 총망라할 전망이다. KBL이 12분 쿼터제를 추진하기 전부터 했어야 할 일을 이제서야 하기 시작했다. 농구계는 KBL의 이런 결정에 뒤늦게나마 환영한다.
KBL은 여전히 2014-2015시즌에 12분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선교 총재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후문이다. 일단 KBL은 전문가 집단을 잘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관건은 KBL이 태스크포스팀의 의견을 어디까지, 어떻게 수용하느냐다.
WKBL, 대한농구협회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BL과 태스크포스팀이 이번 기회에 12분 쿼터제의 장, 단점과 향후 파장, 한국농구의 발전에 미칠 영향까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12분 쿼터제 도입이 급해도 굳이 2014-2015시즌부터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다. 2014-2015시즌 이후에 농구를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이다. KBL은 민심을 읽어야 한다.
[KBL 로고(위), 한선교 총재(가운데), 잠실체육관(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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