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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로보카압~투’ ‘터미네이터투~’
80~90년대를 청소년기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1987년 개봉한 ‘로보캅’은 개그소재로도 쓰이는 등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외화 중 하나다. 당시 SF물이나 히어로물이 밝은 미래, 아름다운 영웅을 그리는데 치중했다면, ‘로보캅’은 그로테스크한 외모와 함께 인간과 기계의 기로에 선 영웅이 아닌 영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이 그로테스크한 영웅은 과거의 영웅 재조명에 혈안이 된 할리우드의 힘을 빌어 27년만인 2014년 ‘로보캅2014’로 부활했다. 1993년까지 ‘로보캅3’(국내에서 본 사람이 드문 4편은 제외했다)가 제작됐지만, 폴 버호벤이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어낸 2와 3은 사실상 세계관만 빌린 작품이라 정통성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에 1편의 계보를 잇는 히어로의 귀환이다.
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로보캅 2014’는 다행히도 ‘추억팔이’에 급급한 졸작은 아니었다. ‘로보캅’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21세기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주제의식과 달라진 히어로를 그렸다.
‘로보캅’이 자신의 자아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로보캅2014’는 여기에 부성애를 얹었다. 다분히 여성관객을 노린 전략적 포인트로 보이지만 원작이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얹으면서 풍성함을 더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이익창출을 위해 인간의 존엄마저 무시하는 부도덕한 기업과, 미디어와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권의 추악한 모습까지 담아냈다.
주인공 로보캅 알렉스 머피역의 조엘 킨나만은 주목 받지 못하던 배우지만 이번 ‘로보캅2014’를 통해 주목받을 전망이다. 원작의 피터 웰러가 기계 속에 갇혀버린 인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보여줬다면 조엘 킨나만은 여기에 ‘아버지’의 존재까지 각인시켰다.
새로운 기계몸(홍보사는 수트라고 표현했지만, 사이보그인 로보캅에게 수트라는 표헌은 어울리지 않는다)에 비살상무기인 테이저건, 그리고 볼트로 체결해야 했던 헬멧 대신 바이저 식으로 내려오는 신형헬멧, 그리고 날씬하고 날렵해진 로보캅의 모습과 경찰차 대신 굉음을 뿜는 바이크가 등하는 것은 ‘로보캅2014’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대적 변천이다.
하지만 ‘로보캅2014’는 영화 자체로는 전작이 줬던 충격을 받을 수는 없다. CG로 처리된 평이한 전투씬은 이렇다 할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원작을 보고 자란 기자에게 가장 큰 충격이 미모의 백인 여성이던 루이스가 흑인 남성으로 바뀐 정도니 말이다.
원작이 묵직하고 진중했다면 ‘로보캅2014’는 빠르고 강하다. 그리고 감성적이다. ‘로보캅2014’는 단순한 ‘추억팔이’에 급급한 작품은 아니다. 제작진이 주요포인트로 밝힌 ‘로보캅’을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SF액션영화로 다소 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쉴틈을 주지 않는 연출 또한 매력적이다.
‘로보캅’을 모르는 현 세대가 별개의 SF신작으로 봐도 ‘로보캅2014’는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다소 많은 주제를 다루려 하다 보니 놓친 것이 많다. 하지만 SF거장인 폴 버호벤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기계와 인권의 문제는 그 하나 만으로도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진중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내용과 배경을 차치하고 원작의 명대사던 “죽건 살건 넌 나와 함께 간다 (dead or alive you're coming with me)”를 2014년 극장가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체험이었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연기甲들인 게리 올드만, 마이클 키튼, 사무엘 잭슨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주조연을 떠나서 영화의 무게를 더해준다. 국내 개봉은 오는 13일.
[로보캅2014. 사진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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