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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년만의 값진 메달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올림픽 500m 금메달 획득에 아쉽게 실패했다. 박승희(화성시청)는 13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여자 500m 결승전서 동메달을 땄다. 상황이 조금 아쉬웠다.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었으나 여러 변수가 겹쳐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래도 박승희로선 최선을 다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단 한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박승희의 여자 500m 동메달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서 전이경이 동메달을 딴 뒤 16년만이다. 그만큼 여자 500m 메달 자체가 귀하다는 의미다. 박승희는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2010년 밴쿠버올림픽 1000m, 1500m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 500m는 전통적으로 강하지 않았다. 한국은 기술은 좋지만, 힘과 순발력이 유럽, 미주 세력에 근소하게 밀리면서 스타트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었다. 500m는 4바퀴 반을 돌기 때문에 스타트에서 밀릴 경우 역전이 쉽지 않다. 한국은 1000m와 1500m서는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를 올려 역전을 많이 하곤 했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쇼트트랙 최강자 지위를 지켰던 한국도 500m만큼은 고전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서도 500m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많은 한국 지도자들이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세계 쇼트트랙이 평준화됐다. 한국 내부적으로도 세대교체가 깔끔하지 못했다. 남자의 경우 이번 소치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 수준이고, 여자의 경우 심석희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지만, 심석희 역시 500m가 주 종목은 아니다. 심석희는 500m 세계랭킹 5위다.
그런데 박승희는 500m 세계랭킹 4위다. 박승희는 여자 대표팀 중 스타트가 빠른 편에 속한다. 박승희가 결국 사고를 쳤다. 심석희와 김아랑이 준준결승서 탈락했으나 홀로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통과한 뒤 결승전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수들이 탈락했고, 박승희보다 500m 세계랭킹이 앞선 선수는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에 불과했다. 500m 최강자 왕멍(중국)의 불참도 박승희로선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박승희로선 분명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박승희는 준결승전서 맨 안쪽에서 스타트를 했다. 스타트가 중요한 500m서는 출발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박승희는 그 이점을 놓치지 않고 스타트부터 1위에 나서면서 경쟁자들을 뿌리쳤다. 준결승전 성적이 가장 좋았던 박승희는 결승전서도 맨 안쪽에서 출발했다. 준결승전과 마찬가지로 스타트를 잘 끊었다. 하지만, 두번째 코너에서 다른 선수들과 충돌해 가장 마지막으로 골인했다. 영국 선수가 실격을 당하면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땄다.
박승희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서 1000m, 1500m 모두 동메달을 땄다. 2회 연속 메달. 너무나도 값졌다. 상대적으로 심석희에게 가린 스포트라이트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1000m, 1500m서도 더 이상 세계최정상이라 자부할 수 없다. 당연히 500m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박승희가 비록 금메달을 아니었으나 너무나도 값진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도 쇼트트랙 500m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승희.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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