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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상화는 역시 500m에 특화된 선수다.
이상화(서울시청)의 소치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상화는 14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서 1분15초94로 12위를 차지했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따낸 장홍(중국)에게 1초92 뒤졌다. 2초 가까이 뒤진 셈인데, 이 정도면 격차는 굉장히 크다.
우문현답 하나. 500m 세계 최강자 이상화가 왜 1000m서는 세계최강자가 아닌걸까. 이상화가 500m에 집중했고, 500m에 걸맞은 훈련만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500m 전 구간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기 위해 1000m를 훈련해왔다. 1000m서 최대한 지구력을 키우다 보면 500m 훈련이 자연스럽게 극대화된다. 마라톤 선수가 실제로 42.195km를 뛰지만, 끝까지 지구력과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사실상 50km 이상을 전속력으로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육상의 경우, 100m와 200m를 동시에 석권하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500m와 1000m는 고작 1바퀴 차임에도 훈련 방법과 레이스 요령은 완전히 다르다고 보면 된다. 500m는 초단거리이기 때문에 레이스 내내 100%의 에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1000m는 요령이 필요하다. 초반에 페이스를 조절한 뒤 막판에 에너지를 응축할 필요가 있다.
초반부터 강하게 피치를 올리는 500m에 특화된 이상화로선 1000m와 맞지 않는 것이다. 이상화는 실제로 이날 1000m서 200m를 17초63, 600m를 45초06에 끊었다. 그러나 600m 이후 급격하게 스피드가 떨어졌다. 평소 500m 훈련을 위해 1000m를 달렸을 뿐, 실전에서 1000m서 노련한 운영을 할 준비까진 돼 있지 않았다. 또 500m 2연패를 위해 달려온 이상화로선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
실제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보면, 1980년 레이크플레시드 올림픽서 에릭 하이든이 500m와 1000m 동시 석권한 게 유일했다. 역사를 봐도 500m와 1000m 동시 석권은 드물었다는 의미.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4년 전 모태범(대한항공)이 밴쿠버에서 500m 우승, 1000m 준우승한 게 그래서 더욱 가치가 높았다.
이상화가 500m서 우승했다고 해서, 1000m도 강할 수는 없다. 이상화의 1000m 12위도 사실 대단한 기록이다. 이상화는 4년 전 밴쿠버에선 1000m 23위를 차지했었다. 그에 비하면 훨씬 진화한 것이다. 무려 2초30을 앞당겼다. 이상화는 500m 훈련을 위해 1000m 훈련을 한 것도 나름대로 실전에서 효과를 봤다.
[이상화.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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