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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박승희(화성시청)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서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에 2번째 메달을 선사한 박승희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1998년 나가노 대회 전이경(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500m에서 메달을 따낸 주인공이 됐다. 비록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500m 메달 자체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이날 크리스티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리지안루(중국)와 함께 결승에 나선 박승희는 힘찬 총성과 함께 출발했다. 다소 긴장한 듯 한 차례 부정출발을 범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1위로 질주한 박승희는 여유 있게 선두로 치고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4바퀴 남은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2위로 달리던 크리스티가 넘어지면서 박승희와 폰타나를 모두 넘어트렸다. 크리스티의 왼손에 걸린 박승희는 1위로 달리다 미끄러졌다. 불운이었다. 박승희는 다시 일어나 달려보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넘어졌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크리스티가 실격 처리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결과였다.
14일 새벽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박승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밝게, 자신 있게 미소지었다. 불로소득 금메달리스트가 된 리지안루의 모국인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기 직전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시상식장을 빠져나가기 직전에는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폰타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쉬움은 모두 잊은 듯했다.
메달 자체로 의미가 크다. 박승희는 한국의 취약 종목이던 500m에서 16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은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경기를 지켜본 모두를 감동시켰다.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달렸다. 이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1500m 출전이 무산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도 "메달 색에 상관없이 정말 행복한 일이다"고 말해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박승희가 시상대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다(첫 번째 사진), 박승희와 폰타나(오른쪽)가 미소짓고 있다. 금메달리스트 리지안루(가운데)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어둡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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